글쓰고 싶게 만드는 책.
뭐라도 좋으니 내 이야기를
쓰고 싶게, 쓸 용기가 나게 하는 책.
* 해볼 것!!
'조지 오웰' 책 읽어보기
미국의 소설가 데이비드 실즈가 자기는 말을 더듬기 때문에 작가가 되었다는데 나는 미련해서 글을 쓰게 된 것 같다. 글쓰기는 나만의 속도로 하고 싶을 말만 하는 안전한 수단이고, 욕하거나 탓하지 않고 한 사람을 이해하는 괜찮은 방법이었다. 진흙탕 같은 세상에서 뒹굴더라도 연꽃 같은 언어를 피워 올린다면 삶의 풍경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 미련이 내게 준 선물이다.
-238p
간절하게 원하면 지금 움직이세요.
- 29p
작가는 명사다. 세상과 단절되어 서재에서 창작의 불꽃을 태우는 정적인 느낌이다. 글 쓰는 사람은 동사의 의미가 산다. 내게 글쓰기는 창작 행위보다 사는 행위에 가깝다. 역동적이고 상호 관계적이다. 난 밀실만큼 광장에서 살아 있음을 느끼고, 내 얘기만큼 남 얘기가 궁금하다. 암호처럼 복잡한 세상을 명쾌한 언어로 가려내고 싶고, 아무도 듣지 않는 한 사람의 이야기들을 받아 적으며 생의 비밀을 풀고 싶다. 그런 글 쓰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
-458p
배산임수한 전원주택에 사는 사람이 쓸 수 있는 글이 있고, 한 평 고시원에 사는 사람에게 나오는 글이 있다. 같은 여자라도 아이 둘 키우며 일하는 주부인 내가 감각하는 세상과 연구실에서 종일 보내는 교수가 접속하는 세상은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쓸 수 있는 글도 다르다. 남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기가 발 디딘 삶에 근거해서 한 줄씩 쓰면 된다.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것은 누구나 글감이 있다는 것.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뿐이랴. 글쓰기는 만인에게 공평하다.
-498p
끝나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아는 낙화 같은 글을 쓰는 연애 고수가 되고 싶어서, 자주 되뇌인다. 독자는 연인이다. 독자를 지루하게 하지 말자.
-53p
'내용만 진실하다면 소재는 무엇이라도 좋다. 이 대목에서 내 얼굴도 덩달아 환해졌다. 어떤 것이 글감이 되고 어떤 것이 글감이 되지 않는가. 처음엔 선별의 문제로 접근했다. 작기라는 자의식도 없던 때, 굳이 쓰고 싶어서 무작정 글을 쓰고는 너무 유치한 거 아닌가 검열하곤 했다. (...) 그런데 그 글을 웹진 '위클리 수유너머'에 연재했을 때 독자들은 내가 본 것, 느낀 것에 조용히 공강해 주었다. 그 일로 용기를 얻었다.
영 아닌 소재는 없구나. 소재 찾기보다 의미 찾기로구나.
-55p
남의 글에서는 잘 보이고 내 글에서는 안 보이는 게 슬프지만, 암튼 불순불과 첨가물은 몸에도 나쁘고 글에도 해롭다. 화려한 요소가 얼마나 많은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요소가 얼마나 적은가가 글의 성패를 가른다.
-67p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글 쓰는 일은 지겹고 괴로운 반복 노동인데 그 고통을 감내할 만한 동력이 자기에게 있는가. 재능이 있나 없나 묻기보다 나는 왜 쓰(고자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여긴다.
(...)
쓸 수도 없고 안 쓸 수도 없는 딜레마에 놓인 한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한다. 쓰는 고통이 크면 안 쓴다. 안 쓰는 고통이 더 큰 사람을 쓴다.
-75p
"모든 슬픔은 당신이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
-87p
"우리도 편의점 많이 털었지. 배고프면 밥을 먹어야 되잖아. 돈 없으면 훔쳐서라도 먹는 게 다 살려고 그러는 거야, 근데 사람들은 '나쁜 짓 하지 마라'고만 하잖아. 그렇게 얘기하기 전에 이 사람의 환경에 도움을 준 것도 아니면서 손가락질만 하고 욕만 하잖아. 근본적으로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되는지 세상 사람들은 중요하지 않아."
(...)
"우리를 바꾸려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보는 안 좋은 시선을 바꾸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라며 글이 끝난다. 삶은 이렇게 늘 글을 초월한다. 아이는, 나는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 아이의 말은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나를 자꾸 큰 물음 앞으로 데려다 놓는다.
-103p
그 망설임들로 꽉 찬 시간들, 이게 나을까 저게 나을까. 거기서 막 빠져나온 나에게 그의 동작이 낯설지 않았던 것이다. 무의미의 반복에서 의미를 길어 내기. 무모의 시간을 버티며 일상의 근력 기르기. 사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111p
근래 가장 깊은 울림을 남긴 문장은 잔도 팽목항에 걸린 세월호 유가족의 표어다. "그동안 가난했으나 행복한 가정이었는데, 널 보내니 가난만 남았구나" 아무 군더더기 없는 입말인데 애절하고 정확하다. 그래서 더 눈물겹다. 표현'력'은 단어와 단어를 연결 짓는 힘이다. 어떻게 소박한 낱말을 잇대어 정확한 감정과 사실을 견인할 것인가.
-115p
이런 할매가 있다, 이런 아이들이 있다. 단지 그것뿐이다. 그런데도 그 사람들의 이야기는 묵직하다. 잘 들어 가지런히 정리된 한 사람의 기록은 삶에 대한 찬미를 불러 일으킨다. 그냥 사는 사람은 없다는 것. 하나하나 붙들고 써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125p
자서전이란 말은 오염됐다는 것. 금메달을 향한 좌절과 고난을 극복한 질주의 서사도 훌륭하나 지리멸렬한 일상의 반복에서 수차와 모욕을 커피 한 모금처럼 마시며 살아가는 이야기도 가치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공든 탑은 자주 무너지고 뿌린대로 거두지 못하는 삶은 많다. 그런 허망을 알고도 살아가는 것은 더 대단한 일이다.
-141p
간결함이란 말해야 할 것을 적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해야 할 것 이상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 마르쿠스 파비우스 퀸틸리아누스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아무것도 안하는 거 '같은' 것의 차이. 하루 이틀은 쓰나 안 쓰나 똑같지만 한 해 두 해 넘기면 다르다. 다행히 나는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잘 쓰고 싶다는 마음보다 그저 쓰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글이 어서 늘기를 재촉하지 않았다. 매일매일 쓰는 동안 안 보이는 성장의 곡선을 통과했다. 어떤 불확실성의 구간을 넘겨야 근육이 생기는 것은 몸이나 글이나 같은 이치였다.
-159p
'이만하면'이라는 말은 위험하다. 됐거나 아니거나 둘 중 하나다. 대개의 원고는 '웬만하시면' 한 번 더 다듬는 게 낫다.
-163p
대개의 반복적인 행위가 가르침을 주듯, 댓글 달기도 그랬다. 어떤 글을 읽고 느낌이나 생각을 짧게 표현하는 일이 그 자체로 감응 훈련이 되는 것은 아닐까. 댓글 달기가 감응 교육 형성, 순발력 향상에 일조하더라는 임상 결과를 얻었다.
그래서 글쓰기를 배우는 학인에게 당부한다. 과제하기는 기본이고 후기 쓰기와 댓글 달기가 '의외로' 중요하다고. 형식을 갖춘 과제 글이든 자유롭게 쓴 후기 글이든 짧은 댓글이든 마찬가지 원리다. 어떤 대상과 교감하고 그 감정을 활자로 표현한다는 점은 같다. 한 문장이라도 갖고 놀다 보면 글쓰기가 즐거워질 수 있다.
-165p
"제 인생에 대해서, 가치관이나 신념이 확고한 사람도 아니고요, 상황에 따라서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하는 사람이에요. 딱 말을 하기가 어렵죠. 1분 후에 바뀔 수도 있으니까. 네, 저는 이렇게 바뀌는 사람이에요."
잡지 「지큐」GQ에 나온 가수 아이유의 인터뷰 기사다. '나는 바뀌는 사람'이라는 선언에서 단단한 내공이 느껴졌다. 한결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지 않아서 눈길이 간다. 도덕 강박은 매력 없지 않은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기는 미화하거나 비하하기보다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글로 쓰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신의 변덕스러움, 나약함, 얄팍함, 불확실성을 어디서 확인할까. 이토록 오락가락하면서 과연 어디로 가는지 궤적을 어떻게 그려 볼까. 흔들리지 않는 게 아니라 흔들리는 상태를 인식하는 것. 글이 주는 선물 같다.
-167p
세계는 복수다. 우리는 같은 언어를 쓰고 있지만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상대방의 '말귀'를 알아듣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다 알고 있으니까 남도 알겠지 하는 생각은 금물이고 착각이다. 전 국민이 독자가 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배경 지식을 넣으면 더 많은 독자를 아우를 수 있다. 내가 학인들에게 자주 하는 말은 이거다. "나만 아는 업계 용어 등을 쓰지 말자." 언론계에 통용되는 원칙도 있다. '독자는 아무것도 모른다.'
-170p
정말로 진지한 소설에서는 진정한 갈등이 여러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독자와 작가 사이에서 벌어진다.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좋은 책은 혼란을 주고 혼란은 쓰기를 자극한다.
-189p
글쓰기란 생각의 과정을 담는 일이다. 생각을 완성하는 게 아니라 중지하는 것이다. 글쓰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이 필요하다.
-203p
"대체로 사람들은 그들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인생에 대해 배운다. 그러나 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을 배웠다."
-205p
"작가로서 자의식을 가지세요. 나는 왜 무엇을 쓰고 싶은가, 내가 되고자 하는 모습은 무엇인가, 사람들과 무엇을 나누고 싶은가,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 물음을 어루만지는 동안 아마 계속 쓰게 될 거예요."
-215p
좋은 글은 자기 몸을 뚫고 나오고 남의 몸에 스민다.
-219p
글쓰기는 자기증심성을 벗어나 타인의 처지를 고려하는 작업이다. 나뿐이던 세상에 남이 들어오는 일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타인이라는 지옥'을 배제해 버리는 비밀글은 '글쓰기의 지복'으로 가는 길도 차단한다.
-221p
관련 포스팅 더보기
반응형
'국내도서 > 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리뷰] 유럽 책방 문화 탐구 - 한미화 (65) | 2024.08.05 |
---|---|
[책리뷰]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 은유 (72) | 2024.07.16 |
[책리뷰] 익숙한 건축의 이유 - 전보림 (53) | 2024.06.24 |
[책리뷰] 내 방 여행하는 법 - 그자비에 드 메스트로 (51) | 2024.06.07 |
[책 리뷰]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이다혜 (86) | 2024.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