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틀랜타의 카페, 뉴저지의 지역 서점, 샌프란시스코의 바와 갤러리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들은 바로 사일런트북클럽(Silent Book Club)의 회원들입니다. 전 세계 50개국에 1,000개 이상의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이 단체는 스마트폰과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도 독서의 즐거움을 찾고자 하는 이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습니다.
독특한 운영 방식의 매력
사일런트북클럽은 전통적인 독서 클럽과는 달리 참가자들에게 읽을 책을 정해주지 않습니다. 전자책, 오디오북, 만화책 등 원하는 책을 자유롭게 가져와 읽을 수 있습니다. 모임은 보통 1시간 정도 진행되며, 각자 음료나 음식을 주문해 책을 읽는 것이 전부입니다. 모임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BYOBook(Bring Your Own Book)' 원칙을 고수한다는 점입니다. 참여자들은 부담 없이 자신이 원하는 책을 가져와 읽으면 됩니다.
사일런트북클럽의 기원
사일런트북클럽은 2012년 기네비어 드 라 메어(Guinevere de la Mare)와 로라 글루하니치(Laura Gluhanich)가 전통적인 독서 클럽의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만든 모임입니다. 술집에서 시작된 이 모임은 #silentbookclub 해시태그와 함께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리며 점차 규모가 커졌고, 이제는 전 세계적인 독서 커뮤니티로 성장했습니다.
사회적 역할과 지역사회 기여
이 클럽의 또 다른 특징은 모임 장소로 공공장소를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지역 서점, 커피숍, 도서관, 공원 등에서 모임을 가지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공공기관, 대학, 갤러리, 호텔 등으로부터 모임 공간 제공 제안을 받으며 사회적 기능에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내 독서 플랫폼과의 비교
한국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온라인 독서 플랫폼들이 성장했습니다. 그믐, 독파, 플라이북 등이 대표적인 예로, 유료와 무료 플랫폼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독서 플랫폼은 비대면 환경에서 책을 읽고 공유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지만, 사일런트북클럽은 오프라인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동질감을 제공합니다.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 관계
프랭클린 슈나이어(Columbia University)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젊은층의 직접 대면 시간을 크게 줄였다"며, 엔데믹 이후에는 낯선 사람과의 교류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이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일런트북클럽은 이런 심리적 요구를 충족시키며,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독서 활동을 제공합니다. 헐(Hull)에서 클럽을 운영하는 엘리 크로스비는 "내향적인 사람이라면 밖에 나가서 사교 활동을 한다는 생각 자체가 두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에서의 가능성
사일런트북클럽은 현재 한국에서도 두 개의 지부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경기도 평택의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에, 다른 하나는 전라남도 전주에 위치해 있습니다.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누구나 쉽게 지부 클럽 호스트로 참여할 수 있고 새로운 지부를 개설할 수도 있습니다.
사일런트북클럽의 조용한 돌풍은 책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상업성과 강압성을 배제하고, 독자들이 풀뿌리에서 건강한 책 읽기를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책이 짐이 되지 않게 하고 온전히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공유하며,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평온함을 제공하는 사일런트북클럽의 모델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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