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한 가족. 외출을 마친 엄마와 아이들의 모습은 나에게 오래전 육아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엄마와 아이 모두 힘겨워 보였고, 그 속에서 나는 '엄마 우울'의 그림자를 보았다. 수미 작가의 에세이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은 이러한 엄마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린 책이다.
수미 작가의 에세이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은 작가 자신이자 엄마의 우울을 기록한 책이다. 임신, 출산, 육아 과정에서 겪는 우울을 솔직하게 다룬 이 책은, 엄마라서 간과했던 마음속 깊은 상처를 되짚어준다. 책의 전반부는 저자의 생생한 경험으로, 후반부는 저자가 만난 다른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임신과 동시에 찾아오는 젖몸살, 상처 난 젖꼭지를 아기에게 물릴 때마다 느끼는 극심한 통증, 끝이 없을 것 같은 수면 부족의 고통. 이런 경험은 모든 엄마들이 겪는 일이다. 수미 작가는 이 모든 순간을 생생하게 그려내어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엄마들의 우울증을 '사회적 질병'으로 진단한다.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육아비 등의 경제적 부담, 낮은 출산율, 확산되는 차별과 배제 등 사회적 요인이 엄마들의 우울에 크게 기여한다. 실제로 청년층 맞벌이 부부 중 무자녀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또한, 저자는 '노 키즈존'을 비롯한 차별과 배제가 일상화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이런 사회적 인식은 엄마들에게 더 큰 부담과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층간소음 문제 역시 엄마들의 우울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저자가 겪은 층간소음 문제는 소음 자체의 문제가 아닌 감정의 문제로 발전하여, 엄마들이 겪는 고립감과 외로움을 극대화시킨다.
'일하는 사람'과 '엄마'라는 지위 사이에서 오는 미묘한 편견, 아이가 아프면 곧 아이를 방기하는 무책임한 엄마로 비춰지는 상황, 남편과의 성생활에 대한 솔직한 심경, 코로나 시기 긴급 돌봄에 관한 내용 등, 수미 작가는 가정과 밖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엄마의 우울한 사연들을 상세히 다룬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가 위기를 막기 위해 저출생 문제 해결을 헌법에 못 박자는 말도 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현금으로 일정 금액을 지원하자는 정책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로 모든 엄마들에게 도움을 주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엄마들의 우울은 현대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되었지만, 사실은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쌓여 온 문제다. 임신과 출산, 양육의 문제를 넘어 노동과 복지, 정치와 경제의 문제로 확산된다. 결국 엄마들의 우울은 아이를 둘러싼 사회적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미 작가의 에세이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은 이런 엄마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가정의 달 5월, 이 책이 엄마들에게 위로를 주기를 바라며, 엄마들을 우울에서 구출하기 위한 사회적 고민을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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