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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도서/일본에세이

[책 리뷰] 여행 드롭 - 에쿠니 가오리

by Seuni's Book Journey 2024. 5. 27.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여행에 관한 에세이.

꼭 다녀야 여행이 아닌,

일상도 여행하듯이,

여행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여행인 것이다.

 

 

정말 너무나도 좋아하는 작가다.
작가의 문체를 읽다 보면 앙증맞아 너무 사랑스럽다.



에쿠니 가오리의 책.

오랜만에 읽는 데도 너무 좋다.

에세이지만 답을 정해주거나,

강요하듯 내는 것과는 다른,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이 이어지고,

결말도 이 이야기가 이렇게 마무리된다고 싶지만,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엉뚱한 면에 반한다.

일상의 흔한 일에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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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제비는 이야기 속에서 늘 그렇게 괴로운 일만 당하는 것일까. <엄지 공주>에서 그 제비는 이듬해에 돌아와 엄지 공지를 궁지에서 구해 내 함께 남쪽 나라로 날아가는데, 그때 실질적으로는 프러포즈라 할 수 있는 말을 엄지 공주에게 하지만 가엾게도 거절당하고 만다.
- 44p

 

 

뉴욕에도 서울에도 후쿠오카에도 좋아하는 가게가 여러 군데 있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가장 먼저 걸음하는 가게가 정해져 있다는 것은 안심되는 일이다. 그곳에 가면, 어라 또 여기 있네, 하고 느낀다. 가령 1년 만에 갔어도, 1년이라는 공백이 사라지면서 지난번 여행과 이번 여행이 이어진다. 돌아왔다기보다, 또 다른 내가 줄곧 여기 있다가 지금 다시 만나 원래대로 돌아간 듯한 아주 자유로운 느낌이다.
- 52p

 

 

어머니도 돌아가신 지금, 나와 동생에게 그 여행에서 가장 좋은 추억은, 그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추억은 후지산이라고 했던 어머니다.
- 57p

 

나도 우리 엄마랑 여행을 꼭 다녀오자!!

 

 

 

생방송이라서 당연히 시차가 있는데, 저녁때 들으면 아나운서가 ”굿 모닝“이라고 한다. 그곳은 이른 아침인 것이다. 그리고 그 시차가 도리어 현실감을 높인다. 이 목소리는 정말 ’지금‘의 목소리다. 이른 아침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듣는 프로그램을 저녁때 여기 있는 나도 ’지금‘ 듣고 있다는 현실감이다. 일기 예보, 교통 정보, 광고, 등장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굿 모닝”. 자신이 아침 햇살로 환한 부엌에 있고, 거기에 커피 향마저 풍기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는 움직이지 않으면서 여행, <도라에몽>에 등장하는 ’어디로든 문‘이 아닐까.
- 63p

 

 

 

하지만 예외가 있다. 온천 여행일 때다,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기분은 최고다. 밖은 비, 그러나 온천물은 따끈하다. 빨래 걱정도 없고, 저녁거리를 사러 나갈 필요도 없다. 눈앞에 펼쳐진 산 속 나무들은 젖어 좋은 냄새를 풍기고, 이파리들은 선명한 초록이다. 극락. 비 내리는 날의 온천물은 화창한 날보다 부드럽고, 피부에 촉촉하게 스미는 느낌이다. 노천탕 전체의 부연 공기도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게다가 낚시나 골프를 즐기러 온 사람과 달리, 나는 온천을 하고 식사하는 외에는 책을 읽고 마사지를 받는 것밖에 할 일이 없다. 어느 쪽이든 비가 와도 상관없는 정도가 아니라, 빗소리가 좋은 배경 음악이 된다.
- 75p



비올 때 어디를 가면 좋을까 생각했었다.
온천.

빗소리는 좋은 배경 음악이 되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는,

바라보기만 해도 너무나도 시원하고 쾌적하다.

폭우가 온다면 더 비를 즐길 수도 있을 듯.

 

 

 

 

 

 

 

 

 

 

 

 

 

 

 

가 본 적 있는 공항 가운데 나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가장 좋아한다. 넓고, 쾌적하고, 카페도 가게도 많아 즐겁다. 구조도 표지판도 기능적이라 미아가 되기 어렵다는 점도 좋다. 어쩌면 나는 경유하기 위한 시간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리라. 그 장소는 출발지도 아니고 목적지도 아니다. 시간은 출발 후도 도착 전도 아니다. 그 중간 어딘가에 홀연히 나타난 시공간, 게다가 외국. 경유하는 공항에 있을 때면, 나는 자신을 그곳에 분명히 있지만 없는 존재로 느낀다. 사랑방이나 광에 숨어 사는 요괴 같은. 그리고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느낀다. 그럴 마음만 있으면 목적지가 아닌 장소로도 갈 수 있다고.
- 103p

 

 

경유는 여행 이상으로 여행스럽다.
- 105p

 

 

누가 준 선물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남편의 주머니에서 류큐의 과자인 친스코가 나오면, ’아, 누가 오키나와에 다녀왔나 보네.‘하고 생각하고, 시로이 코이비토나 로이스 과자가 나오면, ’훗카이도에 다녀왔군.‘하고 생각한다. 명란 맛 과자가 나오면 하카타일 것이라고 상상하고, 문어 맛이면 오사카, 레몬 맛이면 히로시마일 것이라고 상상한다. 남부 센베이면 이와테에 다녀왔다고 알고, 새우맛 센베이면 나고야라는 걸 안다. 모르는 과자일 경우에도 제조원 표시를 보며 기후네, 미야자키로군, 하고 알 수 있다. 하와이나 캐나다, 한국, 스페인 등 외국 과자일 때도 있다.
남편의 주머니에서 홀연 나타난 그 과자들을 먹으면서 나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무수한 여행을 상상한다.
(…)
어린 시절의 생일 파티를 방불케 하는 과자 더미 앞에서, 나는 절감한다. 사람들이 참 다양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 119p



종종 여행 다녀온 사람들이 준 선물로 쿠키나 젤리 등을 받는다.

흔한 상황에서 이렇게 아기자기한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쓸 수 있다니.

난 도대체 쓸 글이 없어라고 생각에서 벗어나

흔한 광경을 좀 더 다르게 바라보는 눈을 가져야겠다.

 

 

내 눈길을 사로잡은 그녀의 가장 큰 특징은 웃지 않는 것이었다. 무뚝뚝한 것은 아니다. 손님이 농담을 덩지면 예의상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정도의 반응은 보인다. 그러나 한편 그녀의 눈은 생기발랄하고 장난기가 넘치고 입은 커다래서, 가족이나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일 때면 환하게 잘 웃을 뿐더러, 웃는 얼굴도 자연스럽게 보이는 사람일 거라고 상상할 수 있었다.
나는 그녀의 그런 얼굴을 보고 싶은 나머지,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 질투를 느꼈다. 이는 내가 만약 남자라면 사랑에 빠진 순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는 감정은 아주 개인적인 것이니까.
(…)
그런 그렇고, 세상은 왜 그리 생글거리는 것을 좋게 여기는 것일까. 정말 ‘언제나 생글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섬뜩할 것 같다. 웃는 얼굴은 보다 개인적이고, 흔하기는 하지만 특별한 것이고, 빛나고 행복한 것일 테니까.
- 152p

 

 

그 집에 내가 ‘있을 곳’이 아직 있다는 것. 여행을 떠나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일시적이나마 마음도 떠났고, 순간적으로는 잊기조차 했을 텐데. 그런데도 ‘아직’ 돌아갈 장소가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규슈나 홋카이도, 미국이나 유럽 등, 여행을 좋아해서 아무튼 어딘가로 떠나고 싶고, 실제로 반복해서 떠나 보고 듣는 것, 만나는 사람, 먹는 음식 모든 것에 마음을 빼앗겨 벅찬 가슴으로 역이든 공항에서 여행 가방과 함께 돌아오면 집이 아직 거기에있고, 게다가 여전히 그곳이 내가 있을 곳이라 놀랍다.
여행에서 돌아올 때마다 반갑고 안도하는 것은 매번 그 사실에 감동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156p

 

 

에쿠니 가오리의 이번 책 [여행 드롭]은 일상에서 지친 몸으로 꿈꾸는 이런 여행이 아니라 여행을 좋아하는 그녀가 실제로 다녀온 여행담이 꼭꼭 담겨 있어, 읽다 보면 여행이 주는 황홀감이 한층 더한다.
- 1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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