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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소설

[책리뷰] 동경 - 김화진

by Seuni's Book Journey 2024. 9. 19.

 



아름, 민아, 해든.
그들에게서 나의 닮음을 본다.
그들의 마음이 헤아려진다.
그래서 가슴이 아렸다. 그 마음을 알겠어서.
그러면서 안도한다. 나만은 아닌 것 같아서.
다들 이렇게 살겠구나 싶어서.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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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P. 나보다 타인을 더 걱정하는 마음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다른 사람으로 인해 내 마음이 아파지는 것을 못 견뎌 하는 마음? 네가 아프면 내가 괴로우니 아프지 말아달라는 이기적인 마음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혹은 큰 불행은 타인에게 가는 것이고 나에게는 그보다 작은 불행만 올 것이라 자만하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마음이 사랑인 건지, 잠깐 생각 해봤으나 알 수 없었다. 너무 어려웠다. 그런 건. 함부로 할 수 있다고 말하기엔 너무 커다래서 잡히지 않았다. 열광과 몰입 외에 무엇이 사랑일까. 질투와 소유욕 외에. 조급함과 뜨거움 외에 사랑이 뭘까. 그 외의 사랑이 나에게 있을까? 나는 자주 의심했다.

 

 

112P. 그런데 말이야. 마음에 있는 말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 말을 못해도 있는 마음 같은 게 있어. 그 마음을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어. 알아도 말하지 못하고 몰라도 비슷한 걸 말해버리는 사람도 있어. 말하지 않아도 내가 느끼는 건 진짜야.

 

 

126P. 아름, 재능은 그런 한 단어가 아니고 그 속에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포함된 단어인데, 네가 만난 사람들과 네가 다한 열심도 거기 들어가. 그러니까 우리가 무엇인가에 실패했다 해도 재능이 없는 게 아니야. 네가 바라는 성공에 필요한 재능이 없는 거지. 다른 여러 재능은 있을 거야. 그래서 재능은 항상 사후적일 거야. 되고 나야 그런저런 재능이 있었군, 하고 평가 할 수 있거든.

 

 

168P. 엄마는 언제 이렇게 달라진 걸까. 내가 알던 엄마는 언제까지의 엄마인 걸까. 그리고 나는 평생에 걸쳐, 나와 가까운 사람들을 몇 명이나 오해하며 살아갈까. 민아가 머쓱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고 돌아보자 아름은 그럴 줄 다 알았다는 듯 빙긋 웃고 있었다. 거봐, 하는 것 같은 얼굴로.

 

 

170P. 지금 생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또다른 생의 자신은 어딘가에서 더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그런 건 아무래도 소용없고 관심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우리는 퍽 잘 어울리지 않은가, 하고 민아는 생각했다.

 

 

 

 

 

 

 

 

 

 

 

 

 

 

176P. 십 개월 전에는 인형과 붓을 들고 있는 게 훨씬 자연스럽던 나의 손을 생각한다. 그리워지는 게 사람뿐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살아가면서 나는 그런 걸 배우는구나. 이런 깨달음은 당연한 동시에 분명한 충격을 준다. 세상에는 나에게만 놀랍고 소중한 작은 것들이 얼마나 더 많을까.

 

 

184P. ‘희구'라는 단어를 만났고, 그것을 사진집의 제목으로 붙였다. 희구의 뜻은 바라고 구함. 즐거움과 두려움. 또는 즐거워하며 두려워함. 그것은 해든이 사진을 찍을 때마다 느끼는 모든 감정을 정확히 일컫는 한 단어였다. 나의 마음을 설명해주는 모르는 단어가 있었다니. 그 단어에 동그라미를 치며 민아를 생각했다. 그럴 때면 책이 책을 끌어당겨주는 것 같았다.

 

 

201P. 해든과 아름이 같은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이 생생하게 부러워졌다. 아름이 나와 함께 일할 때, 해든은 나에게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민아는 그런 게 궁금했다. 그렇지만 해든은, 그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 같지 않았을지도. 그런 건 신경 안 쓰는 사람인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나는 그런 사람. 민아는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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