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는 깨어지거나 떨어뜨리거나 하여 흠이 있는 과일을 말한다.
60대 여성 킬러 '조각'.
어린 시절 위기가 있었을 때 자신을 도와준 류를 따라서 방역업이라는 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지켜야 할 것은 만들지 말자고 약속했으나 류가 죽은 후
떠돌이 개 무용이를 곁에 두고, 자신을 치료해 준 강박사에게 마음을 준다.
이런 자신의 마음을 눈치챈 투우는 강박사와 그의 가족을 타깃으로 조각을 괴롭히고,
조각은 그런 투우를 방역 작업을 한다.
투우는 왜 자신에게 이럴까? 의문이었던 조각은 마지막 투우의 모습을 보면서
옛날 자신의 방역 대상자의 아들이었음을 알게 된다.
투우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킬러가 조각이라는 것은 알지만 복수심이 있어보이지는 않았다.
조각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것이 마치 나를 알아봐 주길 바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강박사에게 마음을 둔 조각을 본 후 강박사와 그 가족을 위협하여 조각을 거슬리게 하는데
그 마음을 무엇일까?
어린 시절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가정부로 가장하여 자신의 집에서 잠깐이나마 같이 지내던 시절에
알약을 못 먹던 자신을 위해 매번 곱게 알약을 갈아주던 그 가정부에 대한 애증일까?
투우와 결판을 짓기로 한 날, 집에서 나올 때 무용이가 생을 마감했다.
주인이 떠날 것을 알고, 그 주인이 두고 온 것에 대한 생각에 가슴 아프지 않게,
미련을 두지 않게 먼저 떠난 건 아닐까?
P168. 무언가를 하기로 생각하고 있다면, 설령 그것이 가벼운 인사일지라도, 언제나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요즘 같아서는 더욱 그렇다. 돌아서면 곧바로 자기가 무엇을 하려 했는지 잊고 마는 일상이니까. 그녀는 무용의 머리를 서너 번 쓸어내리며 한 음절씩 확고하게 말한다.
"다녀, 온다."
숨이 붙어 있는 한은 다녀-올 것이다. 손발이 움직이는 한은, 언제가 이 녀석이 기억에서 지워지거나 그 존재를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되기 전까지는. 그녀는 현관문을 닫는다.
P326. 희미해지던 양치식물의 냄새가 사라지고 그녀는 투우의 눈을 감긴 다음, 역시 무심코 중얼거렸다. "이제 알약, 삼킬 줄 아니."
투우가 이 한마디를 듣고 갔을까.
관련 포스팅 더보기
'국내도서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리뷰] 용의자들 - 정해연 (13) | 2024.09.10 |
---|---|
[책리뷰] 이중 하나는 거짓말 - 김애란 (11) | 2024.09.04 |
[책리뷰] 단 한 사람 - 최진영 (69) | 2024.07.11 |
[책 리뷰]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김연수 (96) | 2024.05.20 |
[책리뷰]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 히가시노 게이고 (89) | 2024.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