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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영우를 잃은 부부.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외부와 소통을 끊고 살아가는 아내.
삶을 살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평소처럼 삶을 이어가는 남편.
그런 아내가 도배를 하자고 한다.
도배를 하면서, 남편은 아내가 오늘을 시작으로 일어서려고 하는구나 생각했다.
아내는 도배를 하던 중 영우가 자기 이름을 쓰다 만 손글씨를 발견한다.
아내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어디선가 영우가 뛰어나와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줄 것 같지만 그럴 일은 없다.
남편도 굵은 눈물방울이 툭 흘러내리지만 그 순간에도 손에서 벽지를 놓을 수 없었다.
두 팔을 든 채 서 있었다. 온몸이 후들후들 두 팔을 바들바들 떨면서.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걸 배웠다.
- P20
[노찬성과 에반]
할머니는 휴게소에서 일을 하신다.
노찬성은 휴게소로 할머니가 일하시는 곳에서 식사를 하다가 개를 발견한다.
화단에 묶여 있는 개. 점심때부터 본 개가 저녁 나절까지 묶여 있다.
찬성은 그 개를 데려와서 에반이라 이름을 붙여주고 같이 살기로 한다.
에반이 몸이 안 좋아진 것 같아 병원에 데려가니 암이라고. 치료를 해도 힘들고 치료를 안해도 힘들다고, 안락사라는 방법이 있다는 말에 찬성은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 11만 4000원을 벌었다.
에반을 안락사하는 데 드는 비용 10만원.
에반을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상중이라 병원이 쉬었다.
찬성은 안도했다. 에반과의 시간이 더 있다는 생각에.
하지만 자꾸자꾸 돈은 줄어들고, 찬성은 죄책감이 들지만 에반이 좀만 더 기다려주기를 바랬다.
어느 밤, 에반은 힘든 몸을 힘내서 찬성의 뺨을 핥아준다. 마치 작별 인사를 하는 것처럼.
다음날 집에 돌아와 보니 에반은 보이지 않았다. 찬성이 에반을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휴게소까지 왔다.
휴게소 근처에서 몇 명 형들이 하는 말소리가 들린다.
- 아이 진짜라니까. 그 개가 일부러 뛰어드는 것 같았다니까.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돈을 벌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 인내가 무언가를 꼭 보상해주진 않는다.
- P43
[풍경의 쓸모]
'과거'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나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배어 나왔다. 어떤 사건 후 뭔가 간명하게 정리할 수 없는 감정을 불만족스럽게 요약하고 나면 특히 그랬다.
- P173
[가리는 손]
익숙한 것과 헤어지는 건 어른들도 잘 못하는 일 중 하나이니까. 긴 시간이 지난 뒤, 자식에게 애정을 베푸는 일 못지않게 거절과 상실의 경험을 주는 것도 중요한 의무란 걸 배웠다. 앞으로 아이가 맞이할 세상은 이곳과 비교도 안 되게 냉혹할 테니까. 이 세계가 그 차가움을 견디려 누군가를 뜨겁게 미워하는 방식을 택하는 곳이 되리라는 것 역시 아직 알지 못할 테니까.
- P190
당신이 무언가 가뿐하게 요약하고 판정할 때마다 묘한 반발심을 느꼈다. 어느 땐 그게 타인을 가장 쉬운 방식으로 이해하는, 한 개인의 역사와 무게, 맥락과 분투를 생략하는 너무 예쁜 합리성처럼 보여서. 이 답답하고 지루한 소도시에서 나부터가 그 합리성에 꽤 목말라 있으면서 그랬다.
- P200
가끔 아이 몸에 너무 많은 '소셜social'이 꽂혀 있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온갖 평판과 해명, 친밀과 초조, 시기와 미소가 공존하는 '사회'와 이십사 시간 내내 연결돼 있는 듯해, 아이보다 먼저 사회에 나가 그 억압과 피로를 경험해본 터라 걱정됐다. 지금은 누군가를 때리기 위해 굳이 '옥상으로 올라와'라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이니까. 아이가 지금 나와 식사를 하는 중에도 실은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얻어맞으며 피 흘릴지 몰랐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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