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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첫 아이를 낳고 이름을 지을 때, 사주가 초년운이 좋지 않다 하여, 다른 이름으로 바꿨었다. 나의 어린 시절이 그리 유복하지 않았던 탓에, 초년운은 부모의 영향이 가장 크기에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만 보고도 강하게 끌렸다.
현재는 나 어릴 적과는 너무 많이 다른 것 같다. 불평등이 더 악화되어 있는 탓에 신분 상승은 이젠 어림도 없는 얘기이다. 가난 대물림의 현실이 깜깜하다.
🔖몰랐다면 알아야 하고, 안다면 외면해서는 안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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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긍정의 에너지, 지현
▪가난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현상일 뿐이지, 내 잘못도 죄가 아니기 때문에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가난 때문에 의식주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수 없다는 것은 사회적 개체로서 '나'의 위신과 존재가 부정당하는 일.
🎈우울을 견디는 삶, 소희
▪빈곤층은 생각 자체에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합리적 판단을 하고 미래 지향적 사고를 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게 된다.
▪지현의 '도움 요청'과 '성찰하는 힘'은 자신의 사회적 존재 가치를 보듬고, 어떻게 자아의 욕구를 발견할 수 있는지 하나의 훌륭한 전략을 보여준다.
▪빈곤 정책을 고려할 때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나 기회 제공을 넘어서서 다른 차원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빈곤은 단순히 재화의 부족이 아니라 자유로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는 역량의 박탈.
▪빈곤 대물림은 이런 박탈의 경험이 대를 이어 축적되고 불평등한 사회 구조로 고착되는 과정.
▪아동기에 문제 행동이 만연한 환경 속에서 노출되면 문제 행동은 빈곤을 대물림하듯 학습을 통해 대물림될 수 있다.
🎈바르고 성실한 청년, 영성
▪화목한 가정을 갖고 싶다는 가난한 청소년들의 소망은 정상가족 프레임 밖에 있었던 자신의 처지에 대한 반응이다.
▪'정상가족'보다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해 더 얘기하고 관심을 모아야 한다.
🎈우울한 청춘의 그늘, 연우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본 아이는 이후에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줄 안다. 그 시간이 자아존중감을 길러주는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자아정체감 - 나 자신에 대한 현실감. 한 개인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자아실현을 위한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 혹은 사고이다.
▪성장하면서 겪은 경험의 질, 직면하고 대처해 본 어려움, 접해본 사람들의 다양성,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주는 자극 등이 깊게 연관된다.
▪연우가 보여준 주도성과 자율성이 사색하는 시간을 통해서 형성된 자아정체감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에게는 홀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고 선택하고 결정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얼어서는 경험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우리 청소년들은 좌충우돌하며 성장하고 변화한다. 모든 성장과 변화가 성공적이고 찬란하지 않기 때문에 한때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는 줘야 한다.
🎈빈곤의 늪, 수정
▪언론을 통해 '동반자살'을 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남은 아이들을 사회가 잘 키워줄 수 있다고 믿었다면 그런 살인 행위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자녀 양육 뿐 아니라, 연로한 부모의 부양 책임도 사회의 몫이 되어야 한다.
▪가족 공동체를 하나의 단위로 인식하는 습속부터 바꿔야 한다.
▪우리 사회는 계층 상승의 기회가 거의 없는 구조이다.
▪출발선이 다르면 이후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뿐 개선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질풍노도, 현석
▪우리는 가정과 사회로부터 너무 받은 것이 없고 자기 통제를 훈련받지도 못한 청소년들이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다가 사회 부적응자가 되도록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가 이들을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인식이 그대로 정책으로, 태도로, 일상적으로 던지는 시선에도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바탕에는 가난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가 그대로 담겨 있다.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장기적인 안목에, 바람직한 좋은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내어주지 않았고, 실제로 이들이 갈 수 있는 좋은 일자리는 매우 부족하다.
🎈눈에 띄지만 시선이 무서운, 혜주
▪청소년들이 학업을 마치지 못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청소년에게만 손가락질을 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그들을 포용할 만한 제대와 환경을 충분하게 마련했는지.
▪청소년기를 남들보다 더 거칠고 힘겹게 거쳤다고 해서 이후 인생에서 모든 기회를 다 박탈할 수는 없다.
▪우리 사회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비행하고' '일탈하는' 아이들로 바라본다. 이런 인식은 이들을 학교체계로부터 더 멀어지게 하고 진짜 일탈하는 삶에 빠지게 한다.
▪N번방 사건과 수많은 조주빈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 우리는 가출한 여자 청소년 개인에게만 단죄의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영성은 인터뷰 내내, 여행도, 다른 해보고 싶은 일도, 친구들과의 놀이문화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것까지 생각할 여력은 없어 보였다. 영성이 대견하고 대단해 보이면서도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우리의 20대 청년들이 이렇게 여유도 없이, 안전함도 없이, 쾌락도 없이 줄기차게 노력만 하면서 살아야 할까, 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들에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쉽게 말해도 될까?
- 60p
'1인가족',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소년소녀가정', '장애가족', '재결합가족', '다문화가족', '동성가족' 등등 현대사회는 매우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한다. 이들은 정상가족에 비해 각종 결핍이나 질병, 문제행동 등 많은 어려움을 중첩해서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정책의 우선순위에서는 밀려나 있다. 예를 들어 출산 지원 정책을 보면, 가장 열악한 상황에 처한 미혼모에 대한 지원 정책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출생률이 낮다고 많은 예산을 들여 출생을 장려한다지만, 실제로는 정상가족 테두리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인 셈이다.
- 64p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자기 계발에 대해 별 자극을 받지 못하고 수동적으로만 지내왔던 모습과 대조적으로, 연우는 매우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진로를 설계하고 있었다. 연우는 이렇게 변화한 데에는 겉으로는 무기력해 보였지만 내면에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사색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연우는 자신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고, 충실히 자신에 대한 깊은 고민을 이어갔다.
- 115p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본 아이는 이후에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줄 안다. 그 시간이 자아존중감을 길러주는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연우는 그 길을 걸으며 사색의 깊이를 더해갈 것으로 보였다.
- 121p
만약 당신이 평온하고 정상적인 상태라면, 사기 피해를 당하는 상황 자체가 이해가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당장 현금이 필요하고 심리적으로 다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면 합리적으로 사태를 바라보기 힘들다. 빈곤층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안전망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기 앞에 닥친 상황에서 시야가 좁아질 때가 있다. 결국 의도하지 않았고 심지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 가지 복잡한 일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 139p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지킬 수 있는 지렛대는 인간관계이다. 사람들의 기대에 호응하고 거기에 맞춰서 살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 사회의 기본을 지켜주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든다. 더욱이 여자친구처럼 정서적으로 깊이 교감할 수 있는 존재의 기대치에 맞추고자 하는 욕구는 누구에게든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리고 그 욕구가 자신을 좀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게 한다. 현석은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여전히 인간관계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고 그 끈을 잡고 자신을 좋은 방향으로 밀어나가고 있었다.
- 181~182p
가난한 부모가 자녀들을 봐줄 여력이 없을 때 아이들을 도와줄 만한 사회시설은 있었는지, 아이들에 대해 부모만 통제를 해야 하는지, 학교 당국은 아이들이 범죄에 빠질 때까지 무슨 역할을 했는지, 아이들이 범죄에 쉽게 접근할 만한 사회환경은 아니었는지, 초범을 저지른 후에 교정 당국은 아이들의 교정과 사회 복귀를 위해 충분한 역할을 했는지 묻고 싶다. 또한 앞의 신부님 말씀처럼 청소년 범죄는 빈곤만 원인이 되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빈곤에 대한 복지 제도의 실패, 학력 위주의 교육 제도, 실종된 청소년 정책, 붕괴한 지역사회 공동체, 부실한 교정 정책 등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더 넓은 테두리에서 보자면, 청소년이 쉽게 접근하고 착취당할 수 있는 유해환경의 방치, 법의 테두리 안팎에서 암약하는 성매매·도박·마약 산업 등이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청소년 범죄의 자양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 188p
생명체는 내면이 안정되고 불안감이 없어야 에너지를 밖으로 써서 외부 정보를 수집하고 미래를 예측해서 발전을 도모한다. 하지만 기본적 역량이 박탈된 사람은 내면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내면의 안정과 생존을 유지하는 데 급급하기 때문에 밖으로 에너지를 돌리지 못한다. 이것은 빈곤층이 미래를 위해 지금 절제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뭔가 선택할 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정을 하기가 왜 어려운지 설명해준다. 이런 에너지의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인간은 자존이 훼손되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기능이 모두 망가진다.
- 261p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여러 번 발음해보게 되는 말이다. 마음이 슬퍼지다가 부끄러워진다. 이 책은 애써 감은 눈을 뜨게 한다. 장기적 빈곤층에서 성장한 여덟 명의 목소리는 가난 서사의 게으른 접근인 '대견함'과 '불쌍함' 너머를 환하게 비춘다. 사람들이 섣부르게 재단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생활의 요소와 맥락이 얽힌 상태가 가난임을 드러낸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면 느끼게 된다. 가난하지 않은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지. 한 사람이 성장하는 동안 자연스레 취하는 것, 자기 몫으로 누린 것, 눈 감은 것, 선 그은 것이 얼마나 세세하고 많은지를 말이다. 제목이 곧 메시지다.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해 던져야 할 단 하나의 물음이 담긴 책이다.
- 추천글, 은유(르포 작가,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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