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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소설

눈부신 안부 - 백수린

by Seuni's Book Journey 2024. 1. 29.

 

 

 


📝
우연히 사진전에서 대학 때 친구였던 우재를 만나게 된다. 그 이후 이따금씩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에서 좀 더 크고 작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하다가 초등학교 때 2년 정도 독일에서 보낸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가스폭발 사고로 친언니를 잃게 되고, 부모님은 슬픔을 견디지 못해 떨어져 지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아빠는 부산으로 가고, 나와 엄마, 동생 해나는 엄마의 유학을 핑계로 독일로 떠나게 된다.
독일에는 엄마의 언니인 친이모가 살고 있었는데 70-80년대 시절의 파독간호사였다.
그 곳에서 그 시절 파독간호사로 정착한 여러 이모들(친이모의 친구들)과 가족들과 친해지면서 독일에서의 생활에 적응해 가기 시작한다.
외로이 친구가 없이 지내던 나에게 이모가 레나와 한수를 소개해 준다.
몸이 안 좋은 엄마(선자이모)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엄마의 첫사랑을 찾아주고 싶다고 도와달라고 하는 한수. 그리하여 선자이모의 첫사랑 찾기 프로젝트는 시작된다. 이모의 일기장을 몰래 보고, 다른 이모들에게 은근슬쩍 물어보면서 첫사랑의 추리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선자이모의 첫사랑의 이름 이니셜이 K.H인 것을 알게 된다.
한국에서 IMF로 인해 한국으로 갑자기 귀국하게 되고, 한국에서도 K.H 찾기는 계속 되었지만, 공백기간의 학업을 따라잡기도 바쁘고, 점점 연락이 시들해지던 차에 한수에게서 연락이 온다. 엄마가 위급하니 K.H 찾는 걸 서둘러 달라고.
나는 한수가 실망하는 것이 싫어 찾았다고 하고 대신 첫사랑이 보내는 것처럼 하여 거짓 편지를 써서 보낸다.
그 이후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으로 한수, 레나와의 연락을 끊어버렸다.
우재와의 대화하면서 독일에서의 일을 떠올리다가 그 이후에 한수가 보낸 소포가 생각나서 뒤늦게 열어보니 거기에는 선자이모의 일기장과 한수의 편지 그리고 선자이모가 남긴 첫사랑에게 보내는 편지가 담겨있었다. 일기를 첫사랑에게 전달해 달라는 메시지. 지금이라도 K.H를 찾아서 전달해야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K.H를 찾게 된다.
K.H를 결국 찾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의 인물로 나타난다.

 

 

 

 

 

 

 

 

 

📕
언니를 잃은 이후 나는 가족 중 누구든 눈 깜짝할 사이 내 앞에서 없어져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항상 시달리고 있었고, 동시에 언제 사라져버리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조바심을 느끼곤 했다. 그런 생각이 들면 참을 수 없이 괴로웠다. "좋아요." 나는 한국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만큼이나 낯선 나라로 가는 것이 싫었지만, 엄마 아빠를 위해 그렇게만 말했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서는 때로 체념이 필요했다.
💬
갑작스럽게 언니를 잃고 그 상처를 보듬지 못한 채 성장한 나(해미)는 누군가의 삶에 깊이 관여하는 것이 두려워서,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는 가능성으로부터 도망친다.. 우재를 통해 기억하게 된 한수와의 약속을 뒤늦게나마 바로잡기 위해 다시 K.H를 찾는 과정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시도하는 첫걸음이지 않을까.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내어 우재에게 향하는 길이 해피엔딩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주인공과 일기를 읽으면서 K.H를 추리하는 부분은 나도 궁금하여 행여나 이야기의 내용을 놓칠세라 짤막하게 메모를 하면서 읽었다.

📕
나는 너무 큰 행복은 옅은 슬픔과 닮았다는 걸 배웠다.

📕
사랑하는 사람이 곧 세상에서 없어져버린다는 걸 미리 알고 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일까.

📕
"내년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걸 볼 수 있을 테니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아름답지?"

📕
아무것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어.

📕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영원히 간직할 것처럼 착각하지만 대개 그것들은 서글플 만큼 빨리 옅어진다.

📕
"외로움만큼 무서운 병은 없어."

📕
"한 해의 끝에서 아쉬움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인생의 곳곳에는 들판에 숨어 있는 제비꽃처럼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다. 사랑하며 살기에도 부족하다."

 

 

 

 

 

 

 

 

 


 

 


"쟤가 걔래. 그 사고로 언니를 잃은 애." 그런 말을 떠올리면 나는 해나와 <뽀로롱 꼬마 마녀>나 <바람돌이 소닉> 같은 만화영화를 보며 하하하, 웃다가도 입을 다물어야 했다. 누구든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어떻게 언니를 잃고도 그렇게 웃을 수 있냐고 다그칠 것 같았으니까. 너는 언니를 사랑하지 않았구나, 나에게 그렇게 비난하듯 말할 것만 같았으니까.
- 29p

 

 


 

 

언니를 잃은 이후 나는 가족 중 누구든 눈 깜짝할 사이 내 앞에서 없어져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항상 시달리고 있었고, 동시에 언제 사라져버리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조바심을 느끼곤 했다. 그런 생각이 들면 참을 수 없이 괴로웠다. "좋아요." 나는 한국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만큼이나 낯선 나라로 가는 것이 싫었지만, 엄마 아빠를 위해 그렇게만 말했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서는 때로 체념이 필요했다.
- 30p

 

 


 

 

다른 사람은 나처럼 고통스럽지 않길 바라는 대신 다른 사람도 적어도 나만큼은 고통스러웠으면 하고 바라는 그런 인간이 나라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에. 그건 내가 처음으로 또렷하게 마주한 내 안의 악의였다.
- 66p

 

 


 

 

"독일에 와서 독일 말을 하고 문화를 받아들이고 독일 남자와 결혼해 독일 국적 아이들을 낳고 살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어디서든 나에게 어느 나라 출신인지를 가장 먼저 물어요. 나는 아무리 이곳에 오래 살아도 죽을 때까지 이방인인 거죠. 그래서 나는 언제나 고향이 그리워요. 그런데 뿌리 뽑힌 느낌이 드는 건 이제 한국에 놀러가도 마찬가지예요."
- 129~130p

 

 


 

 

우재는 정말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하며 자조적으로 웃곤 했지만 나는 사람이 겪는 무례함이나 부당함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물에 녹듯 기억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침절할 뿐이라는 걸 알았고, 침전물이 켜켜이 쌓여 있을 그 마음의 풍경을 상상하면 씁쓸해졌다.
-142p

 

 

 

 

 

 

 

 

 

 


 

 

"그런데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견딜 수가 없는 거예요. 오죽 외로우셨으면 그렇게 찾아오셨을까 싶기도 하고, 소라젓을 주셨던 날도 뭔가 대화를 하고 싶어하시는 기색이 분명했는데 모르는 척했던 게 마음에 걸리고요. 어차피 며칠 있다 또 오실 테니 할머니가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그때 들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당장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는데 바보같이요."
- 219p

 

 


 

 

"그 일을 했던 오 년간 깨달은 건 사람은 누구나 갑자기 죽는다는 거였어. 멀리서 보면 갑작스러워 보이지 않는 죽음조차 가까운 이들에겐 언제나 갑작스럽지. 그리고 또하나는 삶은 누구에게나 한 번 뿐이라는 것."
- 225~226p

 

 


 

 

이제는 얼굴에 기미가 생긴 동생과 고구마를 구워 호호 불어 먹으면서 밀린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나는, 해나가 나보다 훨씬 어려 언니에 대한 기억도 적을 것이기 때문에 나만큼 슬프지 않으리라 오랫동안 당정해왔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는 걸.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슬픔에서 회복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나는 아주 오랫동안 한수를 구원해주고 싶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구원하고 싶었던 건 정말 한수였을까?
- 305~3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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