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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소설

애쓰지 않아도 - 최은영

by Seuni's Book Journey 2024.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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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왕따, 폭력 등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을, 나도 너도 겪을 수 있는 흔한 일들의 이야기.
잔잔하게 조용히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 목소리에서 슬픔이 느껴진다.
위로하고 따뜻하게 어루만져주고 싶지만 쉽게 말을 걸 수가 없다.
어설픈 위로와 공감이 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음을 알기에.



📝 애쓰지 않아도
엄마가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 집을 나가고 우리 가족은 이사를 하면서 전학을 가게 되었다. 거기서 나에게 친구로 다가와준 유나. 유나는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은 친구여서 난 유나와 특별히 더 친해지고 싶었다. 유나에게 특별하게 보이지 위해 더 노력을 했다. 실제로는 선아와 더 친하지만.
수학여행 때 나는 어쩌다가 나의 비밀은 가정사를 유나에게 얘기하게 되었고, 유나가 꼭 비밀을 지켜줄 거라 생각을 했다. 그 비밀로 인해 유나와 더 단단해지는 관계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특별하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 후 같은 대학에 다니게 되면서는 서로 소원해졌다. 대학교 마지막 학기 즈음에는 아빠와 엄마는 이혼을 하게 되었고, 나는 고등학교 친구인 선아에게 처음으로 엄마 얘기를 했지만 선아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도 이미 다 알고 있었다고 한다. 유나에게 배신감에 뒤늦게 눈물이 났다.
어느날 책장을 정리하다 유나의 손글씨가 보였다. 그 글씨를 보면서 오래전에 유나에 대한 분노를, 상처를 버렸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왜 나의 비밀을 퍼트렸는지는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젠 애쓰지 않아도 유나를 별다른 감정 없이 기억할 수 있다.
📕
유나가 무슨 마음으로 내 비밀을 퍼뜨렸는지 나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유나가 겉과 속이 달라서, 교활해서, 내게 상처를 주고 싶어서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다고 단정짓고 싶지는 않다. 설령 그랬다고 하더라도, 유나가 내게 악감정을 지녔었다고 하더라도, 그럴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때 우리는 사랑과 증오를, 선망과 열등감을, 순간과 영원을 얼마든지 뒤바꿔 느끼곤 했으니까. 심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상처 주고 싶다는 마음이 모순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 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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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중고등학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
오해와 사건으로 30대에 멀어져버린 친구.
얼마전 그 친구의 생일날이구나 하면서 그 친구가 생각이 났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 보다가 그것이 오해였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물론 모든 것이 다 이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나도 이제는 그 친구를 별다른 감정없이 기억할 수 있구나 싶다.

 


📝 저녁 산책
남편과 이혼하고 딸과 이사를 간 집 바로 앞에 성당이 있다. 딸 유리는 성당에 다녔다. 유리는 대복사가 되고 싶었지만 여자는 대복사를 할 수 없다는 성당 방침에 대해 신부님에게 건의를 했지만 달라지진 안았다.
📕
"그런데 내가 졌어. 어른들이 그렇게 정해 놓았잖아. 내가 아무리 말을 해도 소용이 없잖아."
-116p
📕
"유리가 하는 말이 그거 아닌가요. 그런 구분이 뭐가 중요해서 여자애들을 대복사 못 서게 하느냐는 말을 하는거 아닌가요. 큰 몫, 작은 몫 따로 없다면서 정작 중요해 보이는 일들은 다 남자만 하고 있잖아요. 유리는 열두 살이에요. 여자여서 안 된다는 거, 무의식적으로라도 여기서 배울까봐 두렵네요. 저는 유리가 여자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기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요."
- 118p
얼마 뒤, 이 성당에서 여자아이들도 대복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
유리를 가졌을 때 해주는 자신의 아이가 아이 자신의 꿈을 꾸기를 바랐다. 자신처럼 부모의 욕망을 맞추느라 꿈꿀 자유를 빼앗기기를 바라지 않았다. 유리는 신부가 되기를 꿈꿨고 그 꿈은 이제 과거의 것이 되었다. 어릴 때 꾸는 꿈은 바뀌기 마련이지만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꺾인 꿈은 다른 의미일 것이었다. 그 상처가 어떤 것일지 해주는 짐작할 수 없었다.
💬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는 부당함이 얼마나 많은가. 이렇게 부당하다고 소리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나부더 용기를 내야겠다.

 

 

 

 

 

 

 

 

📝손편지
📕
귀한 자식이니 귀하게 대해야 한다고.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할 근거가 가정에서 받는 대우에 있다면, 그럼 저는 누구보다도 함부로 대해져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점장님, 저는 그 말이 싫었어요. 귀한 딸, 귀한 아들.
- 156p

'지금 맞는 아이가 자라서 폭력 어른이 됩니다.'

학대하는 어른들은 학대의 이유를 아이에게 돌리죠. 너 때문이라고. 네가 이렇게 폭언을 듣고 매 맞는 이유는 다 너 때문이라고 말해요. 자신이 비열한 인간이어서 아이를 때린다고 말하는 학대자는 없을 테죠. 자기 잘못 때문에 학대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그 광고를 보았을 때 어떤 마음일지, 광고 문구를 만들고 게시한 사람들은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 158p

맞고 자란 애들은 나중에 자기 자식 때린다더라.
그 말은 내가 오래도록 느낀 두려움이었죠.
나는 사는 게 무서웠어요.
- 159p
💬
가정 폭력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나 고아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고 생각한 내 자신이 어리석었다.
이해한다는 말이 또 다른 폭력이 될까봐 미안하다.
아빠 없이 큰 아이는 혹시나 나도 커서 이혼을 할까 싶어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다.
자신의 결점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겪어보지도 않고선 그 마음을 안다, 이해한다, 극복해라는 말은 쉽게 하지 말아야 한다.

 

 

 

 

 

 

 

 

 

 


 

 

 

📕
사람은 자기보다 조금 더 가진 사람을 질투하지 자기보다 훨씬 더 많이 가진 사람을 질투하지 않는다고 한다.
- 50p

 

 


 

 

 

📕
남희,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운이 좋았지. 그녀와 만나고 사랑할 수 있었잖아. 그게 어떤 건지 태어나서 경험할 수 있었잖아. 어릴 때는 내가 왜 태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 하지만 이제 그 이유를 알지. 이런 사랑을 경험해보려고 태어났구나. 그걸 알게 됐으니 괜찮아.
- 52p

 

 


 

 

 

📕
솔직함도 마음이 강한 사람이 지닐 수 있는 태도인 것 같아.
- 82p

 

 


 

 

 

📕
유리는 송문으로 살아온 송문의 마음을 모르며, 앞으로도 영원히 알 수 없으리라고 고백한 것이었지만 그 목록의 제목은 '우리가 배울 수 없는 것들'이었다. 어쩌면 송문 또한 송문으로 살아온 송문의 마음을 영영 배울 수 없을지도 몰랐다. 자기 마음을 배울 수 없고, 그렇기에 제대로 알 수도 없는 채로 살아간다.
- 우리가 배울 수 없는 것들

 

 

 

 

 

 

 

 

 


 

 

 

📕
"그런 걸 알고도 먹을 수가 없었던 것뿐인데. 그냥 내 선택이잖아, 선배. 나 하나 안 먹는다고 해서 뭐가 바뀌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그냥 알고도 먹을 수는 없었을 뿐이었어. 그런데도 욕 많이 먹었지."

인간이 다른 동물을 먹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공장식 축산 시스템은 그 어떤 부분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결국 도살당할 생명이라고 하더라도 살아 있는 한 최소한의 삶을 누려야 한다고 그녀는 믿었다. 그런 생각을 위선이라고 지적한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지금의 방식은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었다.
'살아 있는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바라.'
- 안녕, 꾸꾸

 

 


 

 

 

📕
최악의 인정 욕구는 자기 아픔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일지도 몰랐다.

미리를 사랑하지 않기로 결정한 건 어머니의 자유의지였다.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미리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미리는 어머니를 두려워하고 혐오하고 때로는 어머니가 죽기를 바라면서도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는 삶은 선택할 수 없었다. 이런 삶이 자신의 것이었을까. 미리는 쉽게 답할 수가 없었다.
- 무급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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