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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시, 에세이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 씀

by Seuni's Book Journey 2023.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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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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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들여 읽었다.
쉽게 책을 넘기기 어려웠던 것 같다.
공감하고 이해한다는 말이 어렵다.

길 가다가도 죽을 수 있겠다, 내 죽음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 이 사회가 날 지켜주지 못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가슴에 얹혀서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불안했다. 특히 아이가 있는 상황이니 더 감정이 동요된 것 같다.
이태원 참사 당일에 우리 가족도 갔었다. 사람이 너무 많았기에 메인거리인 사고 지점은 가지 않고 건너편에서 둘러서 할로윈을 즐기기만 하고 집으로 돌아갔었다. 나에게도 있었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더 크게 와닿기에 내가 더 마음이 쓰이는 것이리라.
나만 해도 이 정도인데 실제로 참사를 겪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지......
이 참사는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냥 넘어가서는 안될 일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참사다.
이번에 그냥 넘어가면 우리는 안전한 국가에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도 꼭 밝혀야만 할 진실이다.

 


💬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분들은 인파가 몰려서 넘어지고 그 위에 또 넘어지고 넘어져서 깔려서 사망했다고 알고 있었다. 압사. 하지만 대부분은 서 있는 채로 압사가 되서 사망하게 된 경우라고 한다. 선 채로 압사되서 죽을 수 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이 책에서 서병우씨는 연인인 이주영씨를 선 채로 인공호흡을 했다고 해서 충격이었다.
생각해보니 아침 지하철에서 사람들에게 끼어서 출근을 할 때 너무 끼어서 식은땀이 나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은 적이 있었다. 그와 같은 상황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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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갔느냐가 아니라 왜 못 돌아왔는지를 기억해주세요.

 

 

📕
'놀러 가서 죽었다'고 하잖아요. 그냥 지나가다 죽은 사람도 있고, 일하러 갔다가 죽은 사람도 있지만, 맞아요. 놀러 가서 죽은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놀러 가서 죽었다고 해서 그 죽음은 헛된 죽음인 건가요?

 

📕
사람들이 '불쌍하다' '힘들겠다' '많이 아프겠다' 하고 마는 동정에서 그치지 않기를, 참사를 남의 일로만 여기지 않는 '공감'의 마음을 가지고 그의 곁에 단 한명이라도 끝까지 함께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
우리 주변에도 누군가 분명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있다고 아이들에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엄마, 우리는 이제 누가 지켜줘?"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누군가 꼭 너를 지켜줄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재난을 기록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은 재난만큼이나 고립이 위험하다는 점입니다. 무력감은 외로운 사람을 좋아하기에 재난 이후를 살아내기 위해서는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힘은 누군가를 치유하는 힘이기도 하니까요. 기억을 공유하고 서로를 토닥일 수 있을 때 우리는 폐허와 절망에서 구원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존엄하고 평온한 일상을 향한 열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 여는 글

 


 

사실 저는 정부에 대한 기대가 없어요. 위에 있는 사람들, 정부나 공직자들은 사실관계를 모르지 않는데도 외면하는 사람들인거니까. 그건 악하거나 사고력이 낮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예 기대가 안 되는 거예요.
다만 저는 보통 사람들을 믿는 거예요. 그들에게 올바른 정보가 주어지고 옳은 사실관계를 알려주면, 욕하고 비난하던 사람들도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시선이 바뀔 거고, 생각이 바뀔 거고, 반성을 할 테고. 아니면 반성까지는 몰라도 본인이 잘못 생각했다는 것쯤은 알게 되지 않을까.

 

문제의 본질은 그 장소도, 시기도, 우리가 놀러 간 것도 아니에요. 정말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주 많은 곳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어떠한 질서유지나 안내 같은 게 없었는지예요.

참사의 본질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공공안전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데 있잖아요. 그래서 조는 올해 핼러윈 때도 꼭 이태원에 갈 거예요. 그 현장에서 희생자들을 기리고 추모하고 애도하며 다시 핼러윈을 즐길 거예요. 핼러윈에 웃고 떠든다고 해서 애도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 예전에도 이주현, 지금도 이주현

 


 

세월호 참사 이후 이토록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았구나 싶고, 바뀐 게 있다면 정부는 그때 한번 경험을 해서 그런지 더영약하고 교묘해진 것 같아요. 여전히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 전혀 아픔을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데 이게 그저 공감의 문제일까 싶어요.

매번 이야기할 때마다 과연 제 이야기가 얼마나 가닿을 수 있을까 싶지만, 이런 참사를 누구나 겪을 수 있다고 말해요. 참사 전에는 저마저도 이 말이 잘 안 와닿았어요. 그럼에도 사회와 제도,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참사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고, 그렇기에 우리가 겪은 상황을 또다른 누군가가 다시 겪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고, 그게 가장 큰 바람이에요.

그리고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은, 희생자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 100퍼센트 아무 잘못도 없는데 희생자가 마치 잘못한 것이라고 이야기되는 부분 때문에 유가족들이 외치는 것이고, 외쳐도 힘이 없으니 결국 모여서 활동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 이주영씨의 오빠 이진우씨 이야기

 


 

사람은 자기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니까요. 그래도 '저 사람들도 내 입장이 돼보면 저런 말 절대 못 할 텐데' 하고 화가 날 때가 있죠.

의현이 유골함을 안치시킬 때, 엄마가 의현이 친구들에게 "우리는 왜 갔는지 말고, 왜 못 돌아왔는지를 기억하자"라고 말씀하셨어요.
이태원 참사는 이태원이 아닌 다른 어느 곳에서도 일어났을 수 있는 일이었어요. 이태원에 간 사람들의 잘못이 아닌, 해야 할 일을 안 한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 참사죠. 그래서 사람들이 이태원 참사를 이렇게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말한 것처럼 "왜 갔느냐"가 아닌 "왜 못 돌아왔는지"를 말이에요.
- 김의현씨의 누나 김혜인씨 이야기

 

 

 

 

 

 

 

 

 

 


 

그런데 왜 희생자들은 이태원에 갔다는 이유로 욕을 먹어야 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애초에 요즘 젊은이들은 예전과 다르다는 사회적 편견이 있는 것 같아요.

'놀러 가서 죽었다'고 하잖아요. 그냥 지나가다 죽은 사람도 있고, 일하러 갔다가 죽은 사람도 있지만, 맞아요. 놀러 가서 죽은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놀러 가서 죽었다고 해서 그 죽음은 헛된 죽음인 건가요?

희생자들을 꼭 나라 지키다 죽은 영웅들과 비교하잖아요. 그게 저는 정말 이상해요. 나라를 지키다 죽은 영웅들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죽은 희생자들과 비교될 게 아니라 지금 희생자들을 홀대하는 국회의원들이나 국가기관의 정부 인사들과 비교되어야 하는 것이라고요. 이태원 참사는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고 책임지지 않은 사건이잖아요.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영웅들과 비교되어야 할 대상은 지금의 정부에 있는 사람들이죠. 왜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과 비교하나요. 심지어 나라를 지키러 싸움터로 간 것도 아니고 '길'이라는 더없이 일상적인 공간에서 걸어가다 죽었는데 어이없어하고 분개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우리가 유가족협의회에 같이 모인 건 서로를 위로하기 위함도 있지만, 결국에는 각자의 자리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그게 저희의 목표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매일 만나러 오는 거예요.
- 김유나씨의 언니 김유진씨 이야기

 


 

이런 소식을 접하면 삶에 대한 회의감이 많이 들어요.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내가 사라지는 건 정말 한순간이구나. 어떤 일로 어떤 시간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구나. 정말 삶이라는 게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이 다 내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너무 남 일처럼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내 일이라고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그만큼 슬픈 소식은 덜 발생할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 남의 일이 아니었어요. 이번에 동생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나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어찌 남의 일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 송영주씨의 언니 송지은씨 이야기

 


 

나는 피해자인데, 누구보다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큰 피해자 같은데 내가 왜 범죄자처럼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지? 국민들을 지키는 일에는 기동대 한명도 배치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뜻에 불응하는 곳에는 몇천 몇백명을 이렇게 쉽게 배치하고 쓰는 거지? 이 사람들은 지금도 끝까지 책임하고 있고, 결국에는 헌법재판소도 이 사람들의 편을 들어줬고, 우리는 계속해서 외로운 싸움을 해나가고 있고. 이런 '말이 안 되는 상황'들이 벌어지는 데 왜 이런 '말이 안 되는 상황'을 다들 당연하다는 듯 여기는 거지? 경찰이나 공직자가 각자 위치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그로 인해 참사가 일어났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기꺼이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서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게 안타까워요.
- 진세은씨의 언니 진세빈씨 이야기

 


 

세월호 참사 이후 그래도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조금은 나아졌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 이후 국가의 대처를 지켜보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무력감마저 들었다. 그래도 우리가 다시 서로를 믿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한다고, 그래야 한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생각하며 진아씨의 말들을 몇번이고 다시 읽었다.

우리가 이 나라에서 안전하지 않구나, 나도 언제든지 길을 가다가 아니면 버스를 타고 가다가 그렇게 될 수도 있구나. 생각하면서 점점 불안해지는 거잖아요. 근데 아무도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않으니까 더 불안한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고 왜 그렇게 된 건지를 모르니까. 내가 납들할 수 있는 설명을 들으면 '그래, 안 좋은 일이지만 그랬을 수도 있겠다. 최선을 다해도 안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지' 생각할 텐데 지금은 납득이 안 가는 상황인 거잖아요. 의문점 열가지 중에 하나라도 답을 들으면 '그래, 국가가 그래도 우리를 위해 신경 쓰고 있구나. 많이 노력했구나' 이렇게 생각할 텐데 아무 설명도 없잖아요. 제가 원하는 대답은 하나도 못 들은 것 같아서 그냥 우리는 이렇게 버려지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냥 내가 이렇게 있다가 죽어도 그냥 한 사람이 죽었다, 이런 얘기만 나오겠구나 싶고요.

우리 주변에도 누군가 분명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있다고 아이들에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엄마, 우리는 이제 누가 지켜줘?"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누군가 꼭 너를 지켜줄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 양희준씨의 누나 양진아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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