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도서/소설

[책리뷰] 구의 증명 - 최진영

by Seuni's Book Journey 2024. 10. 30.

 

 

 

 

 

열심히 사는데 왜 살 수가 없는지에 대해서,
돈을 벌려고 빚을 지는데 왜 빚은 자꾸자꾸 느는지에 대해서,
돈이 없는 사람은 왜 더욱더 돈이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
욕심 없이 사는데 왜 살 수가 없는지에 대해서,
알면서도 모르겠는 의문들이,
답을 미뤄둔 의문들이
자꾸 피어났다.

어떻게 하면 달라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해도 답이 없는 걸까.
안타깝지만 답이 없다는 답을 들려줄 수밖에 없음이 화가 난다.
그들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 세상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공정과 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어서.
어쩔 수 없다로 끝내면 될까

 

 

 

구의 증명 : 네이버 도서

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

search.shopping.naver.com

 

 

 

 

 

 

 

 

 

 

 

 

 

 

-
끈기 있게 대답을 해주던 이모는 결국 화를 냈고 나는 울었다. 울면서도 모르는 게 죄냐고 물었다. 이모는 대답했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대답이나 설명보다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더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지금 이해할 수 없다고 묻고 또 물어봤자 이해하지 못 할 거라고. 모르는 건 죄가 아닌데 기다리지 못하는 건 죄가 되기도 한다고. 이 역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래서 대들었다.
내가 지금 죽어버리면 그건 영영 모르는 게 되잖아!
이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봤다._p23

 

 

-
죽으면 알 수 있을까 싶었다.
살아서는 답을 내리지 못한 것들, 죽으면 자연스레 알게 되지 않을까._p34

 

 

-
힘든 일할 때 시간이 빨리 가면 좋잖아.
주저하다가 물었다.
그 속도로 내 삶이 지나가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좀······ 무서워.
주저하며 구가 대답했다. 한참 후에 덧붙였다.
그렇게 늙어버리는 거 순간일 것 같아._p71

 

 

-
참기 싫다고. 참는 게, 싫어졌다고. 나한테 묻지 말라고. 내가 뭘 알겠느냐고. 난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고. 근데 여긴 열심히 사는 게 정답이 아닌 세상 아니냐고._p95

 

 

-
가진 건 몸뚱이 하나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부모님 입에서도 그 말이 나왔었고, 돈을 빌려준 자들 입에서도 나온 말이었다. 몸뚱이······ 몸은 인격이 아니었다. 사람이라는 고기, 사람이라는 물건, 사람이라는 도구. 돈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영혼 값은 달랐다. 돈 없는 자의 영혼을 깎는 것을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없으므로 깍이고 깍인 그것을 채우기 위해 돈에 매달리고, 매달리다보면 더욱 깍이고······ 뭔가 이상하지만, 그랬다._p152

 

 

-
아이는 물건에도 인격을 부여하지만 어른은 인간도 물건 취급한다._p173

 

 

-
동물의 힘은 유전된다. 유전된 힘으로 강한 놈이 약한 놈을 잡아먹는다. 불과 도구 없이도, 다리와 턱뼈와 이빨만으로. 인간의 돈도 유전된다. 유전된 돈으로 돈 없는 자를 잡아먹는다. 돈이 없으면 살 수 있는 사람도 살지 못하고, 돈이 있으면 죽어 마땅한 사람도 기세 좋게 살아간다.
(...)
교통사고와 병과 돈. 그런 것이 죽음의 이유가 될 수 있나. 성숙한 사람은 죽음을 의연히 받아들이는가. 그렇다면 나는 평생 성숙하고 싶지 않다. 나의 죽음이라면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_p174

 

 

-
희망은 해롭다. 그것은 미래니까. 잡을 수 없으니까.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끌어들이니까. 욕심을 만드니까. 신기루 같은 거니까. 이 말을 왜 해주고 싶었냐면, 나는 아무 희망 없이 살면서도 끝까지, 죽는 순간에도 어떻게든 살고 싶었는데, 그건 바로 담이 너 때문에. 희망 없는 세상에선 살 수 있었지만 너 없는 세상에선 살고 싶지가 않아서. 죽음은 너 없는 세상이고 그래서 나는 정말 죽고 싶지 않았어._p176

 

 

 

 

 

 

 

관련 포스팅 더보기

 

[책리뷰] 단 한 사람 - 최진영

줄기는 둘이나 뿌리는 하나로 얽힌 두 나무가 있었다. 한때 그들은 어린 나무들이 우르러볼 만큼 장엄했다. 이제 홀로 남은 숲속의 작은 나무. 수천 년을 살아낸 그 뿌리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seunisreads.tistory.com

 

[책소개] 쓰게 될 것 - 최진영

최진영 작가는 이상문학상, 만해문학상, 백신애문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작가로, 대표작으로는 '구의 증명'과 '해가 지는 곳으로' 등이 있습니다. 그의 최신 소설집 '쓰게 될 것'은 기후 위기, 전

seunisreads.tistory.com

 

[책리뷰] 달의 아이 - 최윤석

2035년, 슈퍼문이 뜬 밤. 달을 구경하러 한강에 나온 사람들. 밤하늘에 오로라 같은 빛이 나더니 아이들이 두둥실 뜨기 시작했고, 아이들이 밤하늘로 사라져 버렸다. 달의 아이 : 네이버 도서

seunisreads.tistory.com

 

[책리뷰]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 윤정은

✓괴로웠던 기억을 다 지워버리면 행복해질까?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고 그걸 치유하는 능력과 원하는 것을 실현하는 능력 두 가지를 다 가진 소녀. 엄마 아빠가 나누던 대화를 엿듣다가 자신의

seunisreads.tistory.com

 

[책리뷰] 바깥은 여름 - 김애란

바깥은 여름 : 네이버 도서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search.shopping.naver.com [입동]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영우를 잃은 부부.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외부와 소통을 끊고 살아가는

seunisreads.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