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시골 마을 용징.
그곳에 사는 천씨 일가.
일곱 남매의 막내 텐홍은 독일에서 동성 애인을 죽이고
복역 후 출소하여 귀신이 나온다는 중원절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를 계기로 첫째, 둘째, 셋째 누나가 집으로 모이게 되는 과정을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면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나의 첫 대만 소설.
초반에 등장인물을 이해하느라 애를 먹었다.
각 챕터마다 화자가 바뀌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누구인지를 알려주지 않고 이야기가 이어져서
한참 읽다가 누구인지가 파악이 된다.
읽다가 챕터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했을 정도.
하지만 읽으면서 누구인지 파악하는 재미도 있고,
또 초중반쯤 되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이야기의 소재가 언급되고 이야기가 하나씩 진행되면서
퍼즐이 맞춰지듯 뒤에 해당 내용이 나온다.
궁금해서 끝까지 읽게 되는 책.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나라나 사는 삶의 모습은 다 비슷하구나 싶다.
동성애 혐오, 남아선호사상, 고부간의 갈등.
읽다보면 대만 소설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닮아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느 곳이나 다를바 없다는 생각.
귀신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귀신에 대한 미신도 어쩜 우리랑 비슷한지.
그는 가로저었다. 그에게는 정말로 휴대폰이 없었다. 교도소에서는 휴대폰 사용이 금지되어 있었다. 출옥한 그는 모든 사람이 휴대폰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이미 세상과 연결이 단절된 그는 사라져 버린 귀신이었다. 잠시 잠깐 인간 세계로 돌아오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았다.
- 57p
마침내 큰누나가 침묵을 깨고 샤오촨에게 몇 마디 상투적인 말을 던지자 둘째 누나와 셋째 누나가 끼어들었다. 샤오촨은 공손하게 응대했다. 물론 샤오촨을 잡아 둔 데는 목적이 있었다. 외부 사람이 있으면 최대한 예의를 갖추게 되고 서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예의를 갖춘 말은 농구 골대에 마구 공을 던지는 것과 같아서, 절대 정확하게 던지지 않고 누구도 핵심에 다가가지 않으며 골을 넣지 않는 게 가장 바람직했다. 공허한 대꾸는 상처를 주지 않았다. 날씨를 얘기하고 일출과 일몰을 얘기하고 낙엽과 바람, 비를 얘기했다. 중원절을 얘기하고 귀신을 얘기하고 닭갈비를 얘기했다. 감사를 얘기하고 예의를 얘기했다. 요컨대 서로를 얘기하지 않는 것이다. 예의로 서로를 대한다는 것은 언어의 예절을 이용하여 서로를 가능한 한 멀리 밀어내는 것과 다름없었다. 누구도 강가에 닿지 못하고 계속 표류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외로운 섬이 될까 두려워 거미가 거미줄을 토하듯이 액체 상태의 말을 분출하여 공기 중에서 가는 실을 만들고, 섬유 상태의 가는 실로 서로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가벼운 충격을 만나면 서로 흩어질 것이고, 이미 섬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서로가 부르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 최소한의 가는 실 같은 예의가 있는 것이다. 절대로 의미 있는 뭔가를 묻지도 않고 인사도 건네지 않는다. 분명히 한가족이면서도 바람이 불면 먼지처럼 흩어져 날아가리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이처럼 상처를 받을 말은 하지 않는 것이다.
- 3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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