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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소설

시선으로부터 - 정세랑

by Seuni's Book Journey 2024.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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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시대의 폭력과 억압 앞에서 순종하지 않았던 심시선과 그에게서 모계로 이어지는 여성 중심의 삼대 이야기이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겪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 심시선과, 20세기의 막바지를 살아낸 시선의 딸 명혜, 명은, 그리고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손녀 화수와 우윤. 심시선에게서 뻗어나온 여성들의 삶은 우리에게 가능한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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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말 하와이에서 만나 제사를 지내야 해"

"기일 저녁 여덟시에 제사를 지낼 겁니다. 십 주기니까 딱 한 번만 지낼 건데, 고리타분하게 제사상을 차리거나 하진 않을 거고요. 각자 그때까지 하와이를 여행하며 기뻤던 순간, 이걸 보기 위해 살아 있었구나 싶게 인상 깊었던 순간을 수집해 오기로 하는 거예요. 그 순간을 상징하는 물건도 좋고, 물건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를 공유해도 좋고."
- 83p

심시선의 10주기를 기념하여 하와이에서 제사를 지내기로 한 심시선의 가족들. 제각각 하와이를 여행하면서 제사상에 올릴 어떤 것들을 수집해 오기로 한다.

어떤 것을 가져올까? 생각하며 시선에 대한 회상이, 시선에 대한 깊은 애정이 듬뿍 담겨져 있고, 그것이 느껴져서 읽는 내내 흐뭇했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 각자의 자신의 스타일대로의 일상, 할머니의 제사상에 올릴 선물을 찾는 것에 대한 진심과 열정, 자신의 살아온 삶에 대한 회고, 앞으로의 기대 등등

심시선에서 뻗어나온 뿌리는 어딘가 심시선과 닮아있다. 그럼으로 현실에서의 피로, 절망을 겪지만, 시선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시선답게 헤쳐나가는 가족들의 모습이, 가족간의 연대가 느껴진다.


💬
이런 10주기 기념 제사상이라니! 생각만해도 너무 멋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지?

💬
딸, 아들, 며느리, 사위, 손녀, 손자들이 각자 나름으로 "심시선"을 기억하는 방식을 이야기로 표현한다. 그 표현이 일상적이고 덤덤하지만 애정이 느껴져 괜시리 마음이 먹먹해진다.
나의 할머니가 생각나고 보고 싶어진다. 물론 우리 할머니와는 영판 다른 할머니지만. 그래도 할머니들의 사랑은 똑같을테니. 심시선 할머니를 보면서 나의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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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엉망이니까 자신도 조금 엉망이어도 될 거라고. 화수 같은 사람들은 너무 가지런한 사람이 되려고 했던 건, 돌이켜 생각하면 과한 노력이었다고...... 변명거리가 생긴 것이다.
- 54p

 

 


 

 

우윤은 피곤해서 바로 쓰러질 것만 같았는데, 규림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 우윤은 사촌동생이 무척이나 부러웠지만 꼬인 마음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누군가는 건강하게, 좋은 운동신경을 가지고 태어나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뿐이었다.
- 102p

 

 


 

 

책이 있을까? 세상엔 온갖 주제에 대한 책이 있다는 게 늘 안심이었다. 다 좋은 책은 아니지만 형편없는 책은 형편없는 책대로 기묘한 웃음을 주기도 하고 말이다.
- 165p

 

 


 

 

어떤 자실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그가 죽이고 싶었던 것은 그 자신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도 나의 행복, 나의 예술, 나의 사랑이었던 게 분명하다. 그가 되살아날 수 없는 것처럼 나도 회복되지 못했으면 하는 집요한 의지의 실행이었다.
- 178p

 

 


 

 

언제까지고 딸, 손녀, 보호의 대상일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하면 어른으로 살 수 있지? 이미 어른이지만 제대로 된 어른으로? 하루종일 잠으로 시간을 보내서는 어려울 것이다. 퇴행의 증상이었다. 몸이 마음을 지키려고 그런 식으로 작동하는 것이겠지만 깨고 나가야 한다. 이해할 만한 상황이라고들 말하는데, 화수는 이해받는 것에도 질려 있었다.
- 183p

 

 


 

 

쿠무 훌라는 로컬이라는 말을 자주 썼는데, 원주민과는 또다른 의미인 것 같았다. 로컬에는 인종도 혈통도 없었다. 하와이에서 긴 시간 살아온, 지역 공동체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면 다 로컬에 포함되는 것 같았다.
(...)
한국의 로컬도 그런 개념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공동체에 누가 속할 수 있을지 넓게 열어두고 끌어안을 필요가 분명 있었다. 한국 사회도 이민자의 수가 계속 늘고 있고, 더 다양한 집단을 포용해야 할 때 로컬 개념에 괜찮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현지인이라고 번역하면 되려나? 지금의 '한국인'은 확장형이 아닌 것만 같아서...... 아니면 말은 그대로 두고 인식만 확장될 수도 있으려나? 복잡해지니 머리가 아팠다.
- 213~214p

 

 


 

 

예술을 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한 사람이, 남들이 보기엔 그럴듯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면서 천천히 스스로를 해치는 것을 제가 얼마나 자주 봤는지 아십니까?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수준의 자해입니다. 아아, 이 사람 큰일났다, 싶을 땐 늦었고 곁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 수집가나 애호가가 되어 욕구를 해소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운이 좋지 않습니다. 결국 일에도 뜻이 없어지고 주변에도 마음 붙이지 못하고 저보다 훨씬 가난한 예술가들 곁에서 머물며 소비만 하다가 자기 자신도 소모해버립니다. (...) 그러니 남는 질문은 이렇습니다. 자기 자식이 어떤 성품인지 다 아실 테니 재능이 있고 없고를 떠나, 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해칠 것 같습니까? 즐겁게 그리고 쓰고 노래하고 춤추는지, 하지 않으면 괴로워서 하는지 관찰하십시오. 특히 후자라면 더더욱 인상의 경로를 대신 그리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런 아이들을 움직이는 엔진은 다른 사람이 조작할 수 없습니다. 네, 다른 사람입니다. 부모도 결국 다른 사람입니다. 세상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걷어내주시기야 해야겠지만, 가능성이 조금 번쩍대다 마는지 오래 타는지 저가 알아서 확인하도록 두십시오.
- 219~221p

 

 




그리고 아무도 새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종종거리고 있고, 정말 아무도. 안 그래도 죽어가는데 그깟 방음벽에, 유리창에 스티커 하나 붙여주지 않아서 더 죽이고 있었다. 에너지 효율도 형편없다는 유리 건물을 계속 지어대는 것도 싫었다. 홈쇼핑에서 구스 이불을 팔아대고 행사마다 풍등이니 풍선이니를 날려버리는 것은 떠올리기도 징그러웠고...... 그런 화제들을 꺼내면 네가 커서 고쳐, 공부 열심히 해서 고쳐, 하고 아주 우습다는 듯 대견하다는 듯 반응해오는 것도 짜증났다. 자기들이 신나게 망쳐놓은 다음에 어쩌라고? 나중에 뭐든 할 수 있을 거라는 말도 웃겼다. 언제? 새들이 다 죽고 난 다음에?
(...)
어른들은 기대보다 현저히 모르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해림은 인생의 중요한 선택은 스스로 알아서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 225~227p

 

 


 

 

워커홀릭들만이 관리자가 되는 것인지, 관리자가 되면 워커홀릭이 되고 마는 것인지 우윤은 궁금했다. 한국에 있으면 혹사만 당하고 돈은 별로 벌지 못할 것 같아 미국으로 갔더니, 미국은 자발적인 혹사에 가까웠고 돈은 배로 받지만 생활비도 배로 들었다. 결구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 고심스러웠다.
- 243p

 

 


 

 

"여자도 남의 눈치 보지 말고 큰 거 해야 해요. 좁으면 남들 보고 비키라지. 공간을 크게 크게 쓰고 누가 뭐라든 해결하는 건 남들한테 맡겨버려요. 문제 해결이 직업인 사람들이 따로 있잖습니까? 뻔뻔스럽게, 배려해주지 말고 일을 키우세요. 아주 좋다, 좋아. 좋을 줄 알았어요."
- 269p

 

 




여전히 깨닫지 못한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날은 바람 한 줄기만 불어도 태어나길 잘했다 싶고, 어떤 날은 묵은 괴로움 때문에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십슾니다. 그러나 인간만이 그런 고민을 하겠지요. 철쭉은 그런 것 따위 아랑곳하지 않을 겁니다. 오로지 빛에만 집중하는 상태에 있지 않을까,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철쭉의 마음을 짐작해봅니다. 바깥의 빛이 있고 안의 빛이 있을 터입니다.
- 280~281p

 

 




빛나는 재능들을 바로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누군가는 유전적인 것이나 환경적인 것을, 또는 그 모든 걸 넘어서는 노력을 재능이라 부르지만 내가 지켜본 바로는 질리지 않는 것이 가장 대단한 재능인 것 같았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서 질리지 않는 것. 같은 주제에 수백수천 번씩 비슷한 듯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 것.
(...)
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어떤 일에 뛰어난 것 같은데 얼마 동안 해보니 질린다면, 그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당장 뛰어난 것 같지는 않지만 하고 하고 또 해도 질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도해볼 만하다.
- 288~289p

 

 




시선으로부터 뻗어나온 가족들은, 오전부터 바삐 집을 나서거나 구석에서 마지막 마무리를 하며 도사렸다. 별것 아닌 일에 진심을 다해 도사리는 것이 이 집안 사람들의 공통점이구나 서로 헛웃음을 웃으면서도 끝까지 그랬다.
- 308p

 

 




우리는 추악한 시대를 살면서도 매일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던 그 사람을 닮았으니까. 엉망으로 실패하고 바닥까지 지쳐도 끝내는 계속해냈던 사람이 등을 밀어주었으니까. 세상을 뜬 지 십 년이 지나서도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의 조각이 우리 안에 있으니까.
- 3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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