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도서/시, 에세이

책의 말들 - 김겨울

by Seuni's Book Journey 2024. 2. 19.

 

 





여행하는 자는 출발한 곳으로 돌아와야 하지만, 돌아온 그곳은 결코 그 전과 같을 수 없으리.
- 25p


책은 그 자리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소유자에게 조금씩 흡수된다.
- 33p


멍청한 짓을 저지른 후 그걸 수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다. 글쓰기가 멍청한 짓을 무마해 주어서가 아니라 내가 멍청한 짓을 했다는 걸 받아들이게 해 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노트는 자신의 한심함과 부족함, 답답함, 슬픔, 종내는 그럼에도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한다는 체념으로 가득 찬다.

그러므로 어리석은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을 미워하며 사랑하고, 세상을 미워하면서 사랑한다.
- 77p


"신이 인간을 만들었고, 과학이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신의 의도를 설명해 주지는 못하지 않는가?"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곧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는 증명이 아니며, 신이 의도를 가지고 인간을 창조했다는 증명도 아니라는 걸 소설은 보여 준다. 그러니까 물리학이 신의 존재를 증명한다고 해도 우리는 여전히 먹어야 하고 자야 하고 언젠가는 죽기도 해야 한다. 내 고통에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신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는 이상 알 길도 없다. 결국 내 삶은 내가 사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정말 지치는 일이네.
- 101p


신의 진리, 참된 진리가 사람을 차별하라 가르치던가. 신의 구원이, 혹은 인연법이 여성에게는 다르게 적용되던가. (만약 그렇다면 그 오래전의 설법이 지금도 적용되어야 할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탐구하고 수도하고 가르친다는 일이 아직도 이렇게나 남자의 몫이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 변하리라는 느슨한 낙관만으로 참고 기다리기에 세상은 이미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루빨리 더 많은 여성이 철학과 종교에 깊숙이 관여하기를 바란다. 그럼으로써 철학과 종교는 무너지는 대신 더욱 깊어질 것이다.
- 125p


어린 날의 열벙이 그를 침대에 붙잡을 때, 그래서 학교도 가지 않고 가만히 누워 나 혼자만 시간의 다른 흐름을 발견할 때 그는 문득 알게 된다. 시간이 꼭 일정하게 흐르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일정하게 흐를 필요도 없다는 것을. 그걸 미리 알았다면 살면서 조금 덜 헤맸을지도.
- 137p

 

 

 

 

 

 

 

 

 

 

책의 말들 : 네이버 도서

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

search.shopping.naver.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