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에세이를 읽는 이유가 생각이 났다.
보통 비슷한 일상에서,
같은 것을 다르게 보는 이의 능력을 발견하게 되고,
감탄하며,
나에게 새로운 관점을 보는 시각을 깨우쳐 준다.
나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나의 마음을 알아채 주는 책.
나도 몰랐던 마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내가 그랬구나'라고 나를 알아보게 되고,
나를 위로해주며,
내가 나를 보살피게 되는,
나를 사랑하게 해주는 책.
몰랐던 나를 이 책이 먼저 아는 것 같다.
삶도, 사랑도, 관계도, 업도, 감정도, 어떤 자그마한 일일지라도 해내면, 나는 해낸 사람으로 기억되고 기억할 수 있다. 그 안에 숱하게 존재한 힘듦과 고충과 울음은 잊혀지기 마련이다.
- 4p
바로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시선의 끝에 나다움이 존재한다.
- 14p
기필코 자신답게 살라고 귀 따갑게 들어왔기에 그 중요성은 알지만 방법을 몰라 어려워하는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다. 당신의 시선에서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며 행하는 것이 나다움에 제일 가까워지는 길이라는 것을.
- 15p
완벽한 안정이란, 내가 이겨낼 수 있는 적정선의 불안이 지속됨으로써 기어코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는 상태다.
- 21p
단단한 삶에는 때론 방황과 이탈과 조금의 과도기가 필요한 법이니. 그러므로 내가 추구하는 반듯함이란, 그럼에도 다시 돌아와 그 틈을 채워 넣는 묵묵함에 가깝다.
- 25p
"어떤 일은 그냥 그러려니 넘기는 것이 편하다. 세상엔 내가 종잡을 수 없는 불운이 가득하니."
- 29p
극심한 걱정에 사로잡힐 때는 동전의 옆면을 생각하자. 그리고 동전의 앞면과 뒷면만 기억되고 옆면은 깔끔히 잊어버리듯 그 걱정의 존재를 잊어버리자. 억지로 가능성을 만들 순 있지만,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이라고. 우연히 일어나기엔 너무 터무니없는 일들이라고. 과한 걱정은 결코 실현되지 않는다고.
- 31p
변화를 앞두고 있는 당신은 분명 청춘이다.
변화하고 있기에 아름답지만 그렇기에 가장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마음이 병들기 딱 좋고 그래서 무언가에 자꾸 기대고 싶은.
자신을 굳건히 지켜내며 올곧게 바로잡아야 할 마음의 환절기.
- 35p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그 일을 묵묵히 받아들인 당신은 앞으로 뭐든 해내지 못할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 43p
나의 삶을 하나의 생태로서 관측해 본다면, 해악으로 보이는 것들조차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건 아닐까. 그조차 생겨나야 할 만한, 견뎌내야 할 만한, 달고 살아야 할 만한 인과를 가지고 있는 거라고, 필연 아닌 필연처럼, 그렇게 해야만 이렇게 존재할 수 있는 거라고 말이다.
모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사고는 지금 당장의 먹구름을 유유히 지나칠 수 있는 좋은 태도이며 비결일 것이다.
- 53p
삶의 질은 좋은 것을 곁에 많이 두면 상승하지만, 이미 약해졌거나 병든 마음에는 그렇지 않다. 마음의 회복은 안 좋은 것을 하나둘 멀리하는 데서부터 이루어진다. 마음이 이미 나약해지고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면 아무리 좋은 것들로 다채롭게 가꾸어간다 해도 막을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리곤 한다.
- 54p
회복해야 하는 때가 있고 발전해야 하는 때가 있다. 일단 좋지 않은 걸 피하기만 해도 되는 시기가 있다. 우리의 삶이 늘 강인하고 단단하기만 할 수는 없으므로.
- 56p
내가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외려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는 일이다.
(...)
다정한 마음 근처에는 그에 상응하는 상처의 가능성이 숨어 있고, 숱한 미움 근처에는 기필코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
- 58p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만큼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가꾸는 방법은 없다. 사람은 언제나 일정 부분에서는 부족하니, 그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고치려는 노력만으로도 어진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이 충분히 갖추어진 셈이다. 자신감은 고매한 성품이나 지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유약하고 부족하다는 걸 인지하는 데서 나온다. 자존감은 결점 하나 없어야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결함을 인정하고 빈틈없이 채워감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 59p
문자 한 통 없이도 약속을 잡았던 어릴 적 친구나,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던 내가 좋아하는 아이의 하루. 종이와 연필로 전했던 마음이나,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 알 수 없던 메시지들. 시대가 흘러 만남과 확인이 간편해진 탓에 낭만과 설렘은 덜하다는 생각, 이걸 보는 당신도 해보았을까요.
- 75p
관계란 불완전한 이해에서 시작해 완전한 이해로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지는 테두리다. 모든 부분이 맞지 않는 것이 당연하고, 많은 부분이 내 이상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괴리를 방관하며 관계를 점차 비루하게 만들어가느냐, 아니면 최대한 흠집이 나지 않도록 서로에게 조심하자고 권고하느냐는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다.
관계가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한계를, 우린 후천적인 방법을 통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 79p
관계는 주관적인 감정 안에서 이루어진다. 우리 가족과 남의 가족은 감정을 판단하는 잣대 자체가 달라서 관용과 이해의 폭도 달라진다. 타인이 그 상황을 두고 하는 평가, 또는 그 사람의 상황과 핑계보다도 내 주관적인 감과 감정이 우선인 것이 맞다.
- 86p
사랑을 줘도 줘도 모자란 것들과의 이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나를 두렵고, 슬프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젠 어느 정도 받아들인다. 그들과의 이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정도로 애틋할 수 있을까. 줘도 줘도 모자란 것들. 영원토록 곁에 두고 싶은 것들. 이어짐과 유한하기에 외려 무한히 다정을 건네고 싶은 것들. 영원하지 못하기에 영원에 가깝게 애정할 수 있는 것들.
- 93p
공감도 지능이고 위로도 능력이다.
- 107p
'선 넘는 걸 싫어한다'는 말을 자주 뱉는 사람들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하지만 사실 그들 대부분은 이렇다 할 명확한 선이 없고 기분대로 행동함을 알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날이 안 좋아서 불쾌지수가 높으면 괜한 일로 누가 선을 넘는다고 뒤에서 말하고 다니거나, 피곤한 정도에 따라 예민함의 척도가 달라지며 선이랄 것의 기준도 함께 변하곤 한다. 기억해야 할 것. 정말 자신만의 선이 있는 사람은 표정으로 말하고 조용히 손절한다. 아니, 표정조차 변함이 없다. 친하지도 않은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불쾌 포인트를 알려줄 정도로 친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관계에서 명확한 선이 있는 경우다.
- 114p
낭만은 무언가를 추구하는 삶에서 부가적으로 얻어지는 것이며, 청춘은 무언가를 추구하는 과정을 즐김으로써 가까워지는 것이다. 단어가 주는 고결한 느낌에 매료되어 삶을 망가뜨리지 마셔라. 내가 현실을 살지 않는 동안 축적되는 것은 세상과의 격차뿐이다. 흘러간 삶은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한다.
- 115p
방법을 구하지 않은 말에는 간단한 끄덕임 정도로 공감해 주거나 동의만 해주는 것이 괜한 불화를 만들지 않는 방법일 때가 많다. 끝없이 마음만 앞선 공감은 외려 무지하고 퇴보된 공감에 가깝다.
- 117p
사랑은 기적이다. 그 사실을 잊지 말고 살아가야 진정한 사랑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아끼고 아껴서 정말 그래야 할 때 건네는 사랑.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한가.
- 118p
혼자여야만 하는 삶은 외로움을 초래하지만 혼자라도 괜찮은 삶은 나를 다채롭게 만든다.
- 119p
충고는 하면서 내 마음이 아프지 않다면 뱉지도 말아야 한다.
자랑은 그 값을 지불할 생각이 없다면 꺼내지 말아야 한다.
사랑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상황에서 주고받아야 한다.
용서는 감히 허락되지 못할 각오로 구해야 하고,
화는 그로 인해 사이가 끊어질 확률을 가늠하며 표출해야 한다.
부탁은 거절당할 용기를 지닌 채로 해야 하고,
거절은 상대방의 서운함을 감내할 수 있는 사이일 때나 하는 것이다.
- 123p
나의 오만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 마련이다.
- 127p
스스로가 정한 기준은 늘 자신 안에서 옳겠지만, 그 기준을 꺼내는 순간 남에게 의도치 않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딪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짊어진 멍에를 벗기 위하여 남을 멍들게 하는 말들이 자유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럴 때는 혼자 만족하며 그런 말을 꺼내지 말라.
- 127p
'사람은 살아가는 것이자 천천히 죽어가는 것이다'라는 문장에는 어느 하나 영원한 순간이 없다는, 삶의 속성에 대한 신념이 담겨 있다. 당신의 그 괴로움,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그 잘남 또한 영원함 하나 없을 것이다.
기억하며 살겠다.
- 137p
우리의 생은 태어남과 죽음 사이에서 그 어떤 것을 나누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 나눔은 완전히 분리되는 차가운 독립이 아니라 절대적인 총량을 잃지 않는 다정함에 가깝다.
- 147p
아직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무난히 살아갈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당신만 그런 것도 아니고, 나만 그런 것도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도 당신도 나라는 존재로 살아가는 게 처음이라서 그런 것 아닐까. 나도 나로 살아가는 게 처음이라서. 방금 시작한 이 하루도, 난생처음 겪는 최초의 여행이라서.
- 155p
놓을 수 있다. 잠시 열중하던 것을 멈출 수 있다. 잠시 쉰다고 해서 결코 내가 쌓아온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
- 160p
기억해야 할 것. 이겨냈기에 또 다른 시련이 닥쳐온 것이다. 버텨냈기에 다른 고민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무너졌다면 결코 오지 않았을 것들이다. 계속되는 그 걱정과 고민, 잘 되고 있는 것이다.
- 164p
삶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된 원초적인 질문, '내가 잘 살고 있는가'를 끝없이 고찰하고 있다면 그건 곧 현재의 삶이 소중하다는 증거다. 잘 살고 있는지 끝없는 의심이 들기에, 오히려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164p
많은 단어가 '그렇지 않은 것들' 때문에 태어난다. 행복이 아닌 것들 덕에 행복이 보이고, 끝내 사랑하지 못하는 대상들 때문에 사랑을 열게 된다.
그대의 불행 또한 언젠가의 행복에서 태어났다.
- 173p
외로움은 혼자일 때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혼자가 아님에도 필연적으로 솟아나는 감정이다. 누군가와 함께할수록 오히려 외로움이 샘솟기도 하고 군중 속에서 더 쉽게 느껴진다. 외로움이란 동질감으로도 회복할 수 없고 소속감으로도 채워질 수 없는, 인간 본연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그러니 당신과 내가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건 이토록 분명하고 당연한 것임을. 그저 외로움을 자연스럽게 즐길 거리로 여기고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 182p
때로 삶이 완벽하지 않으므로, 안착하지 못했으므로, 또 그다음 커다란 해류가 삶의 곳곳에 존재하므로, 우리는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늘 사유를 연장시키고 성장하며 움직여 간다. 가야 할 곳이 남아 있기에 살아갈 이유가 있으며, 미완의 삶이기에 더 완벽한 삶을 꿈꾼다. 쉽게 안정을 찾을 수 없기에, 아직은 가야할 곳이 남아 있기에, 이토록 완벽하지 않기에.
- 194p
어떤 실패와 마주하더라도 내 능력 안에서의 실패일 것이라는 단단한 믿음을 갖고 있으면 된다. 한순간 고꾸라졌다고 해서 결국 해낼 수 있게 만드는 근본적인 연료인 믿음까지 버리진 않도록 해야 한다.
이루어냈을 때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이루리라는 절대적인 믿음이 아니라 다시 위기가 올 것을 명심하며 자신의 능력을 무한히 계발하는 것이다. 실패했을 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성공과 실패 총량의 법칙에 따라 앞으로는 불운보다 기회의 시대가 열리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대로 꾸준히 행하는 것이다.
- 209p
사랑이 뜸해질 때만 느낄 수 있는 애틋함이 있는데, 그 애틋함만큼은 뜸해질 수 없음을 알게 됨으로써 좀 더 평안한 사랑의 방식이 구축된다. 마음과 마음 사이에는 단순히 시간을 나누고 함께하기만 해서는 회복할 수 없는 피로가 존재한다는 걸 인정함으로써, 틈틈이 그러나 조금 더 빈틈없이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 250p
사랑은 노력이다. 그러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당연히 그렇게 하고 싶어지는, 사랑은 애쓰는 것이다. 그러나 애쓰고 있다는 것을 당장은 알지 못할 정도로 당연히 그러고 있는 애씀에 가까운 것이다.
- 255p
시간과 기억은 저무는 것이 아닌 접어놓는 것이다.
- 2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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