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게으르고 이기적인 우리를 결코 가만히 두지 않았다. 다른 이의 눈으로도 세상을 보자고, 스스로에게 갇히지 말자고 글쓰기는 설득했다. 내 속에 나만 너무도 많지는 않도록. 내 속에 당신 쉴 곳도 있도록.
- 프롤로그
스물아홉 살인 지금은 더이상 재능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된 지 오래다. 꾸준함 없는 재능이 어떻게 힘을 잃는지, 재능 없는 꾸준함이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지 알게 되어서다.
(...)
얼마나 평범하거나 비범하든 간에 결국 계속 쓰는 아이만이 작가가 될 테니까.
- 재능과 반복
무심코 지나친 남의 혼잣말조차도 다시 기억하는 것. 나 아닌 사람의 고민도 새삼 곱씹는 것. 아이들이 주어를 타인으로 늘려가면서 잠깐씩 확장되고 연결되는 모습을 수업에서 목격하곤 한다.
- 주어가 남이 될 때
텔레비전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웃음과 슬픔, 분노와 노스탤지어의 감정을 자극하지만 정작 이것이 겨냥하는 것은 감정의 소진상태이다.
- 쉬운 감동, 어려운 흔들림
좋은 문장은 글자만으로도 무궁무진한 이미지를 독자의 마음속에 그러낸다. 디테일한 묘사란 '부디 이렇게 상상해달라'는 과정과도 같다. 문장 속 디테일과 함께 우리는 과거와 미래로 드나든다. 다른 이를 나처럼 느끼기도 하고, 나를 새롭게 다시 보기도 한다.
(...)
작가는 어떤 일이 멀어지는 걸 보며 계속 살아기는 사람 아닐까. 멀어지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을 기록하며. 그리움을 그리움으로 두며. 하지만 결코 디테일을 잊지 않으며 말이다.
- 그리움과 디테일
'어느 하루가 다르라면, 그것은 왜일까?'
일기란 그것에서 출발하는 글쓰기였다. 똑같은 하루란 없었다. 똑같은 일과를 반복한대도 언제나 다른 디테일이 생겨나는 게 인생이었다.
(...)
나는 알게 되었다. 작가의 글은 일기 이상이어야 한다는 걸. 여기에서 '일기 이상'이란 자신 이외의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쓰는 글이다. (...) 불특정 다수가 있어도 설득이 되는 문장을 향해 노를 저어가야 했다.
(...)
강제로 진행되던 일기 검사는 내 마음의 사유지를 만들어놓았다. 고독의 도구 중 하나로 일기를 택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기 검사는 고유한 개인이 되는 훈련이었다.
(...)
꼭 작가가 되지 않더라도 어떤 밑천이 될 것은 분명했다. 탁력 있는 마음을 구성하는 밑천 같은 것. 상처 받지 않는 마음 말고 상처받더라도 곧 회복하는 마음, 고무줄처럼 탱탱한 그 마음을 구성하는 밑천 같은 것.
- 일기 검사
가슴 아픈 이야기를 쓰더라도 작가가 먼저 울어서는 안 된다고 나의 글쓰기 스승은 말하곤 했다. 그럼 독자는 울지 않게 될 테니까. 작가가 섣부른 호들갑을 떨수록 독자는 팔짱을 끼게 될 테니까.
(...)
난생 처음 입밖에 꺼내는 슬픈 이야기는 곧바로 유머가 되기 어렵다. 여러 번 말해보고 자꾸 다르게 말해볼수록 그 사건이 품은 슬픔의 농도가 옅어진다.
- 먼저 울거나 웃지 않고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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