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가미야 도루.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 갑작스런 심장병으로 돌아가셨다.
반에서 앞자리 남학생(시모카와)을 괴롭히는 무리들.
그 아이들에게 그만 하라고 화를 내니 1반 히노 마오리한테 오늘 중으로 고백하면 괴롭히지 않겠다고 제안한다.
나는 녀석들이 시키는 데로 고백을 한 후에 사정을 설명하고 사과하려고 했다.
히노는 조건을 세가지 지키면 사귈 수 있다고 하였고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첫째, 학교 끝날 때까지 서로 말 걸지 말 것.
둘째, 연락은 되도록 짧게 할 것.
셋째, 날 정말로 좋아하지 말 것.
그렇게 히노와는 내일부터 사귀게 되었다.
다음 날 방과후 끝나고 히노를 만났다.
나는 히노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하지만 서로 실제로 좋아하지도 않고 정말로 좋아하지 않아야 하기에 유사 연애를 해도 좋을 것 같다는 것에 둘 다 동의하여 조건부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히노를 통해 친해진 히노의 절친 와타야.
우리 셋은 종종 같이 어울렸다. 유사 연애라는 사실은 와타야에게 숨긴 채로.
어느 주말, 나는 히노에게 널 좋아해도 되는지 물었다. 히노는 안 된다고 했다. 자기에게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는 병이 있다고.
나와 히노는 내가 그 병을 알고 있다는 사실도, 내가 고백한 사실도 기록으로 남기지 말기로 약속했다.
다음날, 여느 때처럼 나타난 히노. 히노는 아무래도 약속을 지킨 것 같다.
자기만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미래까지 빼앗긴 히노.
나는 다짐을 한다. 히노의 일기에 즐거운 일을 늘려가기로.
히노가 바라는 일이면 뭐든 하겠다고, 터무니없어도 하겠다고 생각했다.
시간과 가능성, 미래를 빼앗겼지만 그래도 진취적으로 살고자 노력하는 히노.
히노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바뀌겠다고 노력하는 나.
심장에 이상을 느낀 나는 와타야에게 혹시나 내가 죽으면 히노의 일기에서 자신을 지워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밤, 심장 돌연사로 죽고 만다.
와타야는 히노에게 가미야의 죽음을 알렸다.
기억하지 못하는 데도 히노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와타야는 가미야의 뜻에 따라 가미야에 대한 모든 기록을 수정한다.
병이 나아져 기억을 잃지 않게 된 히노.
히노는 우연히 자신의 비밀 공간에 있는 자신이 그린 어떤 남자의 그림을 발견한다.
와타야에게 가미야라고 자신의 남자친구였음을 알게 된다.
히노는 자신이 좋아했다는 소중했던 가미야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일본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기분.
기억을 못한다면, 나에게 슬픈 기억쯤은 삭제되도 될까.
어차피 기억을 못하니 그건 없던 일이 되는 걸까.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슬픈 기억이어도 간직하고 싶을까.
기억을 못하니, 지워버리는 게 나에게 더 좋을까.
-
사람의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들여다볼 수도 없다.
-
인생이라는 무수한 페이지 중 한 장인 오늘의 히노.
-
좋아한다는 감정은 대체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 사람은 어째서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걸까.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 게 아프고 슬픈 일일 때도 있는데.
-
가진 게 다정함밖에 없는 거야. 다정함 말고는 가질 수 있는 게 없는 거야. 그것도 분명 아주 어중간해서 자랑할 게 못 되는 다정함.
-
새롭고 즐거운 일상을 시작하자. 그게 바로 희망일 것이다.
-
오늘의 히노는 매일이 한 번뿐인 히노다.
-
잊어가는 기억. 축적되지 않는 기억에 의미가 있을까.
-
결국 사람은 자기 안에 있는 게 가장 큰 힘이 된다.
-
"진짜로 무리는 하지 않고 할 수도 없어. 하지만 약간 무리해서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약간 무리해서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건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해."
-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건데 참 좋다, 그냥 순수하게 그런 생각이 들어서."
-
"계속 잊고 살아도 돼. 사람은 원래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
상처는······ 사라지지 않지만 아픔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그렇게 해서 슬픔을 소화해가는 걸까.
슬픔을 잊게 되는 걸까.
-
전부 내 것이다. 슬픔도, 아픔도, 기쁨도, 추억도, 전부, 전부.
-
마음이 그리는 세계는 언제까지고 빛바래지 않는다.
관련 포스팅 더보기
'외국도서 > 일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리뷰] 블랙 쇼맨과 운명의 바퀴 - 히가시노 게이고 (12) | 2024.10.28 |
---|---|
[책리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23) | 2024.10.17 |
[책리뷰] 유리의 살의 - 아키요시 리카코 (64) | 2024.10.08 |
[책 리뷰] 그리고 너는 속고 있다 - 시가 아키라 (93) | 2024.05.22 |
수상한 중고상점 - 미치오 슈스케 (160) | 2024.01.23 |